「섬과 산의 개구리」우승 향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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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발 1천7백m. 하늘만 빤히 보이는 지리산속 산청군금서면화계리 금서국민학교여자 「핸드볼·팀」 16명이 전국대회에 참가키 위해 자신들이 손수「네트」를짜 이웃학교에 판 돈으로 「유니폼」을 지어입고 난생처음 서울에 왔다.
전교생 6백12명인 금서 국민학교에「핸드볼·팀」이 창설되기는 72년6월13일.
이학교 박창조교사(34)가 스스로 책을 봐가며 경기법을 익히고 이를 다시 어린이들에게 가르쳤다.
어린이들은 연습을위해 고기도 먹어야했으나 영양이모자라 건강까지 해치는 편이었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보다못한 전교 어린이들이 「팀」돕기운동을 벌였다. 산에가서 나무를해다 판돈으로 맨발로뛰는 선수들의 운동화를 신겨주고 영양보충을위해 콩가루와 미싯가루를 만들어갔다.
이렇게 맹연습을한 선수들은 「팀」창설 4개월만인 72년10월 산청군교육청주최 군내 국민학교 체육대회에서 우승의 첫영광을 얻었다.
「스포츠」소년대회 참가가 확정되자 이들은 「유니폼」을 맞춰 입기위해 박교사와 편물기술이 있는 박교사의 부인 정순자여사(33)의 지도로 「핸드볼·네트」와 축구「네트」20벌을 짜 1벌에 3천원씩받고 군내 경호중등에 팔았다.
여기서 생긴 한 벌당 1천5백원씩의 익금으로 「유니폼」16벌을 맞춰입고 서울에 왔다. 모두가 처음 서울구경을 하게된 심연옥양(12·주장)등꼬마들은 8시간40분만에도착한 서울역앞에 높은「빌딩」과 수많은 차량의 행렬에 놀라면서도 기어이 우승해 돌아가겠다고 다부진표정을 지어보였다.

<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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