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줄이고 또 줄이자" 기업도 準전시체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국의 최후통첩으로 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조짐과 맞물린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허리띠를 조이는 한편 해외 지사에서 들어오는 전쟁 관련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수출에 직격탄=전자업계는 중동지역 바이어들로부터 제품의 선적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자 수출감소에 대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8천6백50만달러에 달하던 중동지역 23개국에 대한 수출규모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지난 1월에는 7천만달러로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중동의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이 두달 연속 목표치에 10% 가량 미달했다"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SK㈜는 이라크 위기가 ▶국지전으로 조기 종결▶이라크 석유시설 피해 발생, 전쟁 장기화▶정치적 해결로 전쟁위험 해소 등 전쟁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설정하고 상황별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쟁 초기에는 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상승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 산유국의 석유 수출이 지장을 받지 않고, 수급 차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가격이 20~25달러까지 떨어진다는 것. SK㈜는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최고 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재철 무협 회장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 경기침체로 중동뿐 아니라 전 지역에 대한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빨리 끝나면 세계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중동지역 전후 복구 특수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경영 체제=업계는 이라크 위기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전략을 세우는 한편 현 상황이 최근의 경기침체 조짐 및 북핵 문제 등과 맞물린 점을 중시하고 긴축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항공업계는 항공유 비축분을 늘리고 환위험 회피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재정.생산.관리부문 담당자들로 구성된 TF팀에서 유가와 환율 변동 등을 24시간 점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삼성은 일단 경비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하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비용억제 목표를 더욱 강화키로 했다. 코오롱은 당분간 매출 실적에 따라 다음달 예산을 조정하는 '유연 예산제'를 시행할 방침이며, 현대차는 일반 경비의 경우 부서별로 당초 정해진 예산보다 가급적 덜 쓰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산업부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