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물가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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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2, 3년 동안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던 세계의 1차 산품 가격이 마침내 금년 2·4분기부터 점차 안정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현재도 1차 산품과 공산품을 망라한 세계의 물가가 모두 절대적으로 안정되었다거나 내림세를 보여주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72년 후반께 부 터 마구 치솟아 오르던 기세는 일단 꺾인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3년 동안의 세계의 1차 산품 가격은 너무나 폭등한 것이었다. 흔히 그 원인을 선진각국의 동시적이고 급격한 경제확장, 일부 l차 산품의 채산성 악화로 인한 공급 력의 감퇴, 세계적인「인플레」의 격화와 국제통화제도의 불안으로 인한 환물 풍조와 상품투기의 성행, 석유수출 제한과 자원「내셔널리즘」의 확대,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업흉작 등에서 찾고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너무나 심한 것이었다.
이것은 1차 산품 가격의 움직임을 주로 반영하는「로이터」상품가격지수만 하더라도 72년 여름에 5백50이었던 것이 73년 8월에는 1천2백, 74년 2월에는 1천5백까지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세계적인 1차 산품의 가격폭등은 그 요인을 전기한 바와 같은 여러 가지로 따질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상품투기의 성향이 크게 작용하였다는 느낌이 짙고 우유와 곡물가격의 폭등과 최근의 급반락진정화 현상에서 그러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일부 1차 산품 가격의 폭등이 그러한 상품투기로 빚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결국 온 세계가 국제자본의 상략에 휘말려든 것과 같은 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의 경우 이로 인한 타격과 손실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공업원료뿐만 아니라 식량의 일부까지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부족 국의 타격과 손실은 매우 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식량부족 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쌀과 소맥·옥수수 등을 비싼 값으로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폭락으로 막대한 외화부담상의 손실을 겪게되었다는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그 비근한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로지 대외거래 면에 한한 것이 아니다. 국내 경제활동 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투기현상이 있었고 이 때문에 국내물가는 폭등하였으며 이로 인한 타격과 손실은 결국 최종소비자에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원파동과 국제「인플레」의 수입을 기화로 도리어 이득을 보고있는 경우는 우리 나라 안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뜻에서는 석유위기설이나 자원위기설은 투기자의 상략에 이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이른바 자원위기에 대처하기 위한다는 비축금융의 강화정책에서도 말할 수 있다.
금융정책은 작년 5월부터 유동성을 규제하는 정책을 쓴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다른 한편에서는 원자재확보를 위한 비축금융에 열을 올리던 나머지 이제는 은행대출재원이 바닥을 드러내었고 마침내 지준 율을 인하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니 말이다. 더욱이 이것은 당국이 총수요 억제를 견지하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취하고 있는 정책이므로 지금의 금융정책은 단적으로 말해 비축금융에 놀아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세계의 1차 산품 가격의 진정 화는 세계적인 물가체계의 재편성과 조정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도 이에 따라 새로운 물가체계의 조정을 시도해야 할 것이고 또 그러한 전제 밑에서의 자원대책의 수립을 착실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허겁지겁하는 정책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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