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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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아기보는 소녀. [사진 가나인사아트센터]

윗집 기름장수, 포대기에 동생 업은 큰딸, 하릴없이 길에 나앉은 흰 옷 입은 사람들, 행상 엄마 치마꼬리 붙들고 집에 가는 아이, 폐허처럼 앙상한 나목. 가까운 과거엔 흔해 빠졌을, 유화의 주제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장면들이 전시장 4개층에 펼쳐진다. 이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혼자여도 좋고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와 함께 갈 수 있다면 더 좋다. 명절에 서울을 지키는 이들이라면 박수근(1914∼65)을 만나러 가길 권한다. 국민화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유화 90여 점과 수채화·드로잉 등 120여 점이 망라됐다. 총 작품가가 1000억원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박수근은 2007년 이후 ‘그림값이 가장 비싼 작가’로 알려졌으니까. 미술시장이 활황이던 그 때 그의 유화 ‘빨래터’가 경매에서 45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기록은 7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후에 위작 논란이 벌어졌던 이 ‘빨래터’를 비롯해 전시작 대부분은 개인 소장품이라, 3월 16일 전시가 끝나면 다시 보기 어렵다. 17일 개막 후 첫 주말에 1500명, 평일엔 평균 500명이 다녀갔다. 서울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 입장료 6000~1만원. 02-720-102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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