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세계 챔프와 붙은 빌 게이츠 … 딱 아홉 수, 62초 만에 손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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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빌 게이츠(左), 망누스 칼센(右)

컴퓨터 천재가 체스 천재에게 완패했다. 아홉 수, 62초 만에 끝난 처참한 패배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58)는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NRK방송의 토크쇼에 출연해 국제체스연맹 공인 세계 챔피언 망누스 칼센(24·노르웨이)과 일합을 겨뤘다. 이 경기는 게이츠가 ‘체스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리는 칼센의 도전을 받아들여 성사됐다.

 이날 게이츠는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출연해 체스 세계 챔피언과의 대결에 예의를 갖췄다. 실력 차이를 감안해 전체 게임 시간은 칼센에게 30초, 게이츠에게 2분이 주어졌다. 경기 시작 전 빌 게이츠는 “결과는 뻔하다”며 승패를 떠나 게임을 즐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게이츠가 먼저 폰(장기의 졸에 해당)을 앞세우며 게임을 시작했다. 나이트(기사)로 시작된 칼센의 손놀림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한 수에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칼센은 게이츠의 오른쪽을 공략해 싱겁게 승리했다. 경기 시간은 칼센이 12초, 게이츠가 50초를 사용했다. 완패한 게이츠는 “와우, 정말 빠르네”라며 혀를 내둘렀다.

 대국이 끝난 뒤 사회자가 게이츠에게 “지능이 좀 떨어진다고 느낀 적 없느냐”라고 묻자, 게이츠는 “지금 칼센과 체스를 두었을 때”라고 답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경기 동영상은 나흘 만에 150만 클릭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칼센은 토크쇼에서 일주일 전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30)에게 체스를 가르쳐 줬다며 “그가 게이츠보다 (실력이) 더 나았다”고 말했다.

 칼센은 지난해 11월 인도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십에서 2007년 이후 챔피언 자리를 지킨 비스와나단 아난드를 꺾고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칼센의 국제체스연맹 점수는 역사상 최고점인 2872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소년 같은 그는 13세부터 최고 수준의 체스 선수를 일컫는 그랜드마스터 반열에 오르며 세계 체스계의 젊은 피로 기대를 모았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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