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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자 8만 명 는다는데 … 준비 덜 된 돌봄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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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월 새 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중 희망 학생 모두에게 오후 5시까지 학교의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맞벌이·한부모·저소득층 학생은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 수요만 늘어날 경우 돌봄의 질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27일 ‘방과 후 돌봄 확대·연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나 차관은 “올해는 ‘오후 돌봄’(방과 후~오후 5시)을 초등학교 1·2학년 중 모든 희망 학생에게 제공하고 내년엔 3·4학년, 2016년엔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한부모·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에겐 ‘저녁 돌봄’(오후 5~10시)이 제공된다. 돌봄 서비스 확대를 위해 교육부는 다음 달부터 3197개 초등학교(교실 3983실)에 돌봄교실을 마련한다. 오랜 시간 학생이 머물 수 있게 바닥 난방을 하고 낮은 책상, 수납장 등을 갖춘다. 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하거나 저학년 교실, 특별실을 리모델링한다.

 ◆수요 늘면 ‘질 관리’ 어려울 수도=교육부가 올 초 시·도교육청을 통해 돌봄 수요를 파악한 결과 대상 학생은 약 24만 명(지난해 16만 명)이었다. 새 학기가 되면 원하는 학부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직장맘 김지영(38·서울 금호동)씨는 “예비소집일에 학교에서 물을 땐 망설였지만 다른 부모들도 많이 신청했다고 들어 나도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자칫 돌봄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했다. 경기도 성남의 초등학교 교사는 “돌봄교실 이용 학생이 지난해보다 두 배는 늘 텐데 현재 인력·예산으론 애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자율학습 위주로 진행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돌봄교실 운영은 정부가 17개 시·도에 지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된다. 교육부는 교부금 중 2900억원이 돌봄 서비스를 위해 배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상 학생을 24만 명으로 추정했을 때 필요한 금액(3100억원)엔 다소 못 미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연말 수요조사에선 약 500억원이 더 필요한 걸로 나왔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이진석 학생복지안전관은 “부족분은 지자체 추경예산과 국가 지원 확대로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인성·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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