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푸에블로호 피랍 때 북에 핵 공격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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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당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핵공격을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가 최근 기밀을 해제한 문건에 따르면 1968년 1월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되자 백악관과 국방부는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여러 보복 조치를 검토했다.

 한 예로 68년 5월 14일 율리시스 샤프 당시 미 태평양지구 총사령관은 북한이 남한을 추가로 침공할 경우 북한의 공군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세부 비상계획을 세웠다. 이 비상계획에 따르면 전술 전투기와 B-52 폭격기가 한국 공군과 공동으로 북한 공군기지를 폭격하는 ‘프레시 스톰’이란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특히 ‘프리덤 드롭’이라는 작전명으로 미군 전투기가 북한군을 상대로 최고 70㏏의 핵폭탄을 투하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는 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15㏏)의 5배에 가까운 규모다.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겼을 경우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북한 측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소련 측에 흘리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핵공격은 계획으로 그쳤다.

 또 이번에 기밀이 해제된 문건 중에는 중앙정보국(CIA)이 당시 2명의 북한 출신 인사들을 상대로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의 협상 전략을 조언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푸에블로호는 68년 1월 23일 승무원 83명을 태우고 동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에 의해 나포됐으며, 11개월 뒤 함선을 제외한 승무원들이 풀려났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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