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세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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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사부는 시판중인 과채 및 식기세정용 중성세제에서 인체에 유해한 형광물질을 검출하고 우선 대량으로 사용하고있는 요식업소·학교·병원에서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동식물성 비누에 비하여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값이 싸기 때문에 날로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중성세제인데 그 안에 비록 미량이나마 인체에 유해독소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문제의 형광물질이란 본래 의류 등 빨래용 합성세제에서 빨래의 광택휘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유기물질이다. 비록 미량이라도 인체에 흡수되어 장기간 축적되면 소화기계통과 신경계통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경구섭취의 위험이 있는 야채·과일이나 식기 등을 씻는 세제에는 법적으로도 그 첨가가 금지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형광물질이 어찌하여 야채·과일용 중성세제에 흔입케 된 것인지 그 경위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하나, 대체로 빨래용과 야채·과일용 세제를 동시생산하고 있는 업체의 통례로 보아, 그 제조과정이나 검사과정에 중대한 미스가 아니면 고의가 개재돼있는 성싶다. 빨래용 세제의 생산원가가 과채류용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도시 우리 나라에서 시판중인 중성세제는 그렇지 않아도 많은 문젯점을 가진 또 하나의 공해원으로 지적된지 오래다. 물 속에서도 좀체로 용해되기 어려운 경성세제의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빨래를 하고 난 다음의 이 공해물질이 그대로 하수를 통해 하천수질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다시 자연의 순환과정을 통해 인체 및 동식물에 흡수, 축적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이 발견된 64년 이후, 미국 등 선진각국에서는 이미 가정용합성세제의 연성규격화를 단행한바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도리어 그 낡은 제조시설과 낡은 제조기술을 그대로 도입해 가지고, 새로운 공해요인을 양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공해문제에 대한 그들의 무신경성에 놀라움과 분격을 금할 수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야채·과일용 중성세제내의 형광물질만 하더라도 이러한 무신경성의 단적인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형광물질이 경구로 인체에 흡수·축적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과 또 유해성이 의심할 바 없이 명백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그 대량소비처에서의 일시 사용중지조치를 취했을 뿐, 아직은 그 제조과정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를 취하지 않고 있음은 무슨 이유인가.
어떻든, 세정용 중성세제의 유해물질검출을 발표하고 그 사용을 일부 금지시킨 지금,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세정용 중성세제에 관한 엄격한 규격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격은 소극적으로 제품의 용도표시나 사용법의 명기 등으로 이루어질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생산과정에서부터의 엄격한 규제가 되어야할 것이다.
물론 현재 시중에 나돌고 있는 중성세제화로부터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즉 전문가들의 말과 같이 형광물질을 포함한 중성세제라도 식기나 과채류를 세척한 뒤 다시 흐르는 물로 여러번 씻어내면 그 유독성분의 잔류량을 10분의1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각 가정의 계몽이 필요할 것이나 어쨌든 일단 체내에 들어온 화학물질은 체외로 배설이 되지 않고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허용량을 초과하여 인체에 유해한 것이므로 오래 방치하여 둘 문제는 결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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