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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휴대전화 시장에 부는 경제 민주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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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휴대전화 통신사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하는 법이 지난해 12월 제정됐지만 업체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MCT]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사람들은 이동통신사를 바꿔도 전화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공식적으로 갖게 됐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이동전화 번호 이동성(MNP·Mobile Number Portability) 기준 도입 법은 연방정부에 의해 발의됐다가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실제로 이통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는 3월에 가능하게 된다.

이통사들에는 법 시행을 위한 기술 준비기간이 135일 주어졌다. 즉 3월 1일부터 업체들은 신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후 소비자들이 한 업체에서 다른 업체로 이동하는 과정은 8일 이상 걸리지 않고 비용은 100루블(약 3100원)이 될 전망이다. 또 이통사들이 자사 고객의 경쟁업체 이동을 방해하면 재정 부담을 지게 된다. 3월 1일부터 이통사는 의무사항을 이행할 때까지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무료 제공해야 한다는 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최근 니콜라이 니키포로프 통신매스컴부 장관은 채택 법의 첫 성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미 약 700개의 번호가 ‘이동제한’에서 벗어났다”며 “이로써 이동통신 발전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통신사 ‘로스스뱌지’ 자료에 따르면, 6300명 이상이 법 발효 순간부터 이통사를 바꿀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동제한 폐지가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굴복한 사례가 됐다”고 지적한다.

알렉산드르 좌르코프 전러시아중소기업협회 ‘오포라 러시이’ 대표는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 대기업들이 아직 사회의 자극이 아니라 권력의 자극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이동제한 폐지 조치가 이통사 고객과 시민단체 대표들에 의해서만 발의됐다면 조치가 시행될 기회는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일반 소비자의 이익을 지향하는 과정은 긴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다. 기업이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며 소비자들이 기업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제한’ 폐지는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상부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이뤄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표트르 셸리시 러시아소비자연맹(CUR· Consumers Union of Russia) 회장은 “기업들이 자유경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통신 3개사(MTS·빌라인·메가폰)가 아니라 4~5개사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도시들에서는 통신 서비스 요금이 20% 낮다”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그런데 페테르부르크에서는 텔레2(Tele2)사가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통신요금이 더 싸다”고 말했다.

아나스타샤 말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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