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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플러스」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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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C·플러스」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면 75점이다. 보통은 80점을 받아야 성실한 상식인으로 평가받는다. 75점은 아무라도 낙제 점수 (50·마이너스)에 가까운 위험 신호이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저명한 국제 정치학자인 「브레진스키」 교수는 「닉슨」의 외교 정책을 평균 「C·플러스」로 채점하고 있다. 「뉴요크·타임스」지와 「포린·폴리시」지에 발표된 그의 성적표에 따르면 「닉슨」은 71년보다 성적이 한 급수 떨어졌다. 세계의 외교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으로는 불행한 일이다.
「닉슨」 외교에서 유일한 우등 점수는 대중동 정책이다. 「A·마이너스」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락」 선상에 있는 외교도 있다. 대일 정책은 「D」로 채점했다.
이것은 외교가 국가 이익에 우선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대중동 외교는 중동전에서 비롯된 「에너지」 파동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아랍」 세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적」도 「아」도 아닌 상태로 변질된 것은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키신저」 외교의 그늘에서 어느 때 없이 소원한 존재가 되었다. 「키신저」의 비밀 외교는 일본 외교의 이른바 자주 노선에 박차를 가해 주었다. 미국이 일본의 등뒤에서 대중공·대소련 외교를 진행하자, 독자 외교로 응수하고 있다. 그것은 가령 전통적으로 미국의 노선에 마라 반「아랍」 정책을 추구해온 그들에게 새삼 경각심을 갖게 했다. 일본은 하루아침에 친「아랍]국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대중공·대소련 외교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닉슨」이 추구하는 다극 시대의 전개는 종래의 양극 시대가 남겨놓은 후유증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우선 동남「아시아」제국의 「리더쉽」에 있어서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최근 한 두해 사이에 「필리핀」이나 월남·「크매르」 등에선 새삼 「카리스마」적 지배 형태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단일「리더쉽」만을 지원해온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정책이 빚어낸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이와 같은 현상은 「대결보다는 대화를」 주장해 온 「닉슨」의 외교가 새로운 냉전에 직면해 가고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영구한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는 듯한 인상은 역사의 악순환 같은 두려움 마저 던져준다.
더구나 「닉슨」 외교에 있어서 『「아킬레스」의 발뒤꿈치』와 같은 문제는 세계 경제의 파탄이다. 오늘날 세계는 20세기 초기의 악몽과도 같은 자원 공황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결국 냉전 시대의 기하학적 균형이 무너지는 공백은 「모럴·프레임워크」 (도덕적인 구조)에 의해서라도 지탱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파탄은 그것마저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좀더 면학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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