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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북밀사 파견설 "기가 막힌다"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전 총재가 16일 오후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함께 갔다.

지난 5일 일시 귀국한 후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자제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두루 만났지만 당권 주자들과는 전화 통화만 했다. 이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일 것을 꺼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귀국해 있는 동안 대북 송금 특검법 논란이 계속됐고 북한 아태평화위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밀사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16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밀사설에 대해 "결단코 그런 일이 없다"며 "1997년에도 밀사를 보냈느니, 위임장을 써줬느니 하는 얘기가 나왔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부인했다. "북한의 농단에 놀아나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대북 송금 특검법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하겠다고 밝힌 14일 저녁 한나라당 3역과의 만찬에서도 李전총재는 밀사설과 관련, "기가 막힌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북한이)아직도 그 버릇을 못버리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전총재는 만찬에서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시간을 끌게 되면 경제상황이 불안한 데다 북한 핵 문제 등이 겹쳐 국민이 많이 불안해했을 텐데 빨리 처리해 다행"이라며 당 지도부에 대해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의 흐름을 잘못 봤다"면서 "보수층이 다 우리 표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민주당도 북한 비판=밀사설과 관련, 민주당 대북밀사파견 진상조사위는 16일 논평을 통해 "아태평화위의 행위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여야 관계를 악화시키며 우리 국민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즉각 밀사 파견 주장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밀사설이 제기되자 한나라당을 강력히 비난하며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었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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