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교대졸업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 전국 16개 교육대학졸업생 5천7백59명 가운데 겨우 5%에 해당하는 3백명만이 임용발령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사양성제도자체가 이제 하나의 전기를 맞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대졸업생의 배치곤란은 금년도에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고 작년에도 전체 졸업생의 4분의 1인 1천6백여명이 아직도 발령을 못 받고 있는 실정으로서 여러 가지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는 것이다.
우선 이 같은 현상이 도래하리라는 것은 최근 수년간의 일반적인 통계만을 가지고도 이미 예견되던 바이었다. 지난 72년까지만 하더라도 교육대학의 학교 수 및 교원지망자의 증가율은 매년 두드러지게 나타난 반면, 취학아동의 자연증가율이나 교원퇴직율은 그보다 훨씬 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대학 수는 1963년에 11개교이던 것이 1972년에 이르러서는 16개로 불어났고 학생 수는 3천8백25명에서 1만2천7백13명으로 급증했는가 하면, 교육대학의 교실 수도 1965년의 1백72개에서 3백43개로 늘어났었다.
교육대학 졸업생 수의 이 같은 증가는 물론 그 동안 팽창일로를 걷고 있던 의무교육 취학아동 수의 증가에 따른 필연지세였다고 할 수 있으나 71년 5백80만7천여명을 고비로 그 추세는 분명히 하향경향에 접어들었었다. 그렇다면 이같은 취학아동 수 추세(72년 5백77만명·73년 5백70만명)를 제대로 평가만 했었던들 국민학교의 학급당 정원수 또는 교사 1인당 담당시간 수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불원간에 각 교육대학 졸업자의 배치곤란 사태가 도래할 것임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고려를 등한히 함으로써 막상 다수의 교대졸업생을 배출시켜놓고서도 이를 배치조차 못하는 사태가 벌써 2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여기에는 물론 정부가 기존의 교육기관을 쉽사리 폐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민학교 교원 수를 급격히 늘릴 수도 없는 사유가 있었던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당국이 전통적인 교원양성제도자체가 갖는 모순과 그 한계를 고의로 외면해 온데 있다고 할 것이다.
원래 교육대학 또는 사범대학 등을 두어 국비로써 교원을 양성하는 제도는 방대한 문맹자와 미취학 인구가 존재하는 저개발국에서 국가가 국가재정으로라도 다수의 유자격 교사를 양성함으로써 의무교육제의 실시와 교육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기하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이같은 구원양성기관을 나온 교사들은 저개발국에 있어서는 적어도 이른바 「사도」를 체득하고 나온 「엘리트」집단으로서 그것대로의 존재이유를 주장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양태는 교육받았다는 것이 마치 하나의 특권처럼 행세하는 구실이 될 수 있던 전근대적 전통사회나 관료사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교직관 이었을 뿐, 교육이 생애교육으로 일반화하고, 모든 것의 기능화를 요구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한다면 오늘날과 같이 사회적 요구가 다양화하고 많은 일반대학 졸업자와 유자격 교사요원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 있어서는 교사의 선발과 그 양성과정도 좀 더 경제성과 기능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사양성제도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막대한 재정으로 뒷받침 된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사양성제도가 결과적으로 현대교사로서는 덜 기능적인, 틀에 박힌 교사들을 배출하는 반면, 막대한 낭비를 불러왔다면 차제에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제도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당면해서 급한 것은 미취업 교대졸업생에 대한 국가의 위약을 타직종 취업알선으로 보상하는 것이 되어야 함은 재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