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아주 정상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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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의학의 약점이라고나 할까. 의사는 치료가 완전히 되었다고 말하는데도 환자는 여전히 괴로움으로 고통을 겪는 예가 드물지 않다.
정밀검사를 한답시고 X「레이」사진을 찍는다, 피검사를 한다, 대·소변검사를 한다해서 그렇지 않아도 고통스러운 환자를 잔뜩 괴롭히고 나서 무언가 시원스런 대답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요. 아주 정상입니다』라는 의사의 무책임한 대답을 듣고 실망과 원망스런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의사와 간호원의 지극히 사무적인 태두가 못 마땅하면서도 자칫 눈총을 받을까봐 눈치를 살펴가며 익숙지 못한 병원복도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다가 지친 환자에게 기껏 정상이라니! 게다가 치료비는 왜 이다지도 비쌀까. 병원을 와봐야 별 수 없군.
후회하는 환자는 의사의 『정상』이라는 선고가 달갑기는커녕 오히려 괴롭기만 하다.
이와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어찌 한둘뿐일까? 의학의 역할과 병원의 기능이라는 면에서 한번쯤 검토해 볼만한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문제가 현대의학이 지나치게 질병 자체를 퇴치하는데 주력한 결과 그 질병을 앓는 인간을 경시한 탓으로 야기되었다고 주장한다.
의학의 대상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라는 뜻이겠다.
따라서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삶을 영위해야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의학의 역할이나 병원의 기능은 질병을 앓았던 환자를 사회로 복귀시키되 대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온갖 조치와 배려를 아껴서는 안 된다는 전제아래 재검토되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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