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조선독립단체 조직·강령 수록자료 발견|연대 추헌수 교수 대만외무성 기밀문서 보호 실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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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19년 3·1독립운동 후 중국만주간도지방에서 활약하던 조선인 비밀결사들의 행동강령과 조직활동 등 이 수록된 자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장 추헌수 교수(52)가『한국독립운동사 만주 편』을 발간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다가 찾아낸 바에 따르면 당시 중국길림성장이 북경정부에 만주지방의 조선인 동태를 보고할 때 첨부한 자료 중에 이 같은 사실이 수록돼 있다는 것.
이에 따르면 당시 만주지방에는 ▲1037인 결사대 ▲대한 독립 단 ▲대한민국 단지결사대 ▲727인 결사대 ▲700인 결사대 ▲청년맹호 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립운동단체가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이중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였던 1037인 결사대 발기선언문을 보면『국가는 토지·인민·임금으로 구성되므로 우리도 당연히 국가 구성원이 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정이 다를 바 없을진대 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살펴 혈전육탄으로 우리의 목적인 독립을 달성하자. 우리가 흘린 피는 동해를 적실 것이요, 이것이 조국정신일 것이다. 오는 7월30일 백두산아래 대한제국 국회를 열 예정이니 태극기를 높이 들고 만세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도록 투쟁을 멈추지 말자』고 하고「슬로건」으로는「혈전육탄독립정신」을 내걸었다.
또 청년맹호 단이 1919년 4월에서 11월 사이 낸 경고문에는『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일인에 의해 철창과 독침으로 가해를 받고 있다』고 표현한 문 귀가 있어 일본의 잔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밖에 대한독립단 도 총재 박장호가 북경정부외교 총장 앞으로 낸 진정서는 ①3·1운동이 우리국내에서 거족적으로 일어난 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②만주지방과 한국사람은 특수한 관계가 있으니 만주지방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③당시 중국지방 관리들이 이 취지를 이해 못하고 협조를 하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이것을 시정해 달라는 요지로 되어 있다.
이 같은 독립운동비밀결사들의 활약상이 수록된 자료들은 추 교수가 대만외무성 기밀문서 보호 실에서 입수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최초의 자료이다.
한편 서울 서강대 국사학 교수 이광린씨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만주지방은 구한말 때부터 의병이 많았고 독립투사들이 많이 건너갔지만 이들의 활약상을 담은 자료가 없어 알아볼 수 없었으나 이번 추 교수의 자료를 통해 이들 독립투사들이 결사대를 이끌고 독립운동을 벌인 활약상을 알 수 있게 되어 더욱 뜻깊다 하겠다. 특히 이 자료가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자료이어서 신빙성은 더욱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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