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엘리제궁 안방 차라리 비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두 여자 사이에서 고심했던 프랑수아 올랑드(60·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마음을 굳힌 듯하다. “더 이상 퍼스트레이디는 없다”는 쪽으로다. 현재 파트너로 퍼스트레이디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49)와 헤어지나 새 애인인 여배우 쥘리 가예(42)를 엘리제궁으로 들이지도 않겠다는 의미다.

 올랑드 대통령은 공식적으론 10일 전 ‘복잡한 애정사’가 공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방문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도 트리에르바일레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좋아지고 있다. 지금 라랑테른(베르사유궁 부근의 대통령 별장)에서 쉬고 있다. 더 보탤 말이 없다”고만 했다. 그러나 트리에르바일레르를 지칭하며 성과 이름을 모두 말했다. 서구 문화에선 더 이상 사적 관계가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날 저녁 프랑스의 한 방송은 “올랑드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장차 엘리제궁(대통령 거처)에 퍼스트레이디가 있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참모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한 참모는 르피가로에 “트리에르바일레르와 결별한다면 품위 있는 결별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쥘리 가예가 당장 엘리제궁으로 옮기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들도 “대통령이 트리에르바일레르와 관계를 끝내기 위해 협상 중이다”라고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 달 11일 미국 방문에 앞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상태다. 그러나 곧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고 터키도 방문해야 한다. 그의 주변에선 “대통령의 사생활이 공적 생활을 가리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어 발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대통령의 사생활에 개의치 않던 여론도 바뀌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77%가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