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협심증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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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배가 아플 때 가슴이 답답할 때 사람들은 흔히 소화불량이라는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사다먹는다. 그러나 때때로 이런 자가진단처럼 어리석고 위험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배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는 다른 무서운 병의 초기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K씨의 경우가 바로 좋은 예다.
나이는 43세. 1m73cm의 키에 몸무게는 78kg으로 뚱뚱한 편이다. 혈압이 약간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평소 육식을 즐기는 K씨는 그 날도 불고기로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명치끝부위가 칼로 에는 듯이 아팠다. 가끔 겪는 일이어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고기를 먹은 게 잘못되었나 싶어서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사먹었다. 통증이 씻은 듯이 가시었다.
다음날 조금 불쾌한 일로 부하직원에게 언성을 높여 꾸짖고 있던 중 그는 전날과 같은 통증을 느꼈다. 이번에는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중압감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K씨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며칠 후 K씨는 5층 사무실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서 가슴에 숨이 막히는 통증을 느꼈다. 이 번에는 가슴의 고통이 왼쪽 어깨를 거쳐 팔 안쪽으로 해서 손가락 끝까지 뻗치는 특징을 보였다.
그는 자기가 이젠 꼼짝없이 죽게되지 않나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 길로 즉시 병원에 입원, 세밀한 진찰을 받은 결과 K씨는 협심증을 앓고 있음이 밝혀졌다.
협심증이란 심장자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경화증을 일으켜 일어나는 질병으로 보통 육식을 즐기는 40대 이상의 중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병도 일종의 문명병으로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발생률이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 같은 협심증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네 식생활에서 육류가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육식이라는 것은 3배 이상의 채소 류의 섭취를 반드시 곁들여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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