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석유소비국회의|11일 개막된 13개국의「워싱턴」회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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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주요 13개 석유소비 국이 11,12일 이틀동안(한국시간 하오11시) 현안의 석유위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워싱턴」에서 회의에 들어간다.
석유위기를 극복토록 국제협력을 호소한「키신저」미 국무장관의 활동에 힘입어 열리는 이번 회의는 소비 국간의 협의라는 데 특색이 있다.
「워싱턴」회의의 주요「테마」는 산유국 측의 원유생산제한, 「셀러즈·마키트」로 변한 이후의 석유가격폭등,「오일·달러」, 대체「에너진」자원개발문제 등이다.
그러나 석유소비 국의 공동생존을 목표로 모였다 해도 미국·EC·일본 등의 복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극적인 내용이 탄생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유생산제한과 고 가격문제는 경기하강과「인플레」에 직면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 크나큰 애로점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당면문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이 같은 공통점을 갖고있어 「워싱턴」회의에 임하기는 하나 소비 국 사이에는 처음부터 해결하는 방안에 현격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소비 국의 단결로 산유국과의 협상을 이끌어가면서 장기적으로는 범세계적인「에너진」기구를 설립하려는 설계를 하고있다.
EC·일본 등이 산유국과 2국간 거래협정을 맺어 석유문제를 타결 지으려는 태도에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자국의 기본구상과 엇갈리기 때문이다.
반면 EC, 특히 그 중에서도 공동변동환율제에서까지 이탈하고「아랍」산유국과 원유-무기를「바터」하려는 불란서는 회의에 참석하기 전부터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리야드」협정에 의해 국제석유자본들은 원유채굴량의 25%를 산유국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고 이 비율이 점차 높아지게 되어 있으므로 EC측이 2국간 협정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산유국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요인마저 있다.
미국은 국제석유자본의 대부분이 미국계이므로 종전처럼 국제석유자본을 통해 소유원유를 전매하지 않고 소비 국에 직접 판매한다면 국제석유자본은 단순한 원유 채굴용역 사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고있다.
한편 EC측에서 보면 미국은 소요원유의 25%만을 해외에 의존함으로써 산유국에 어느 정도 강력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나 석유를 갖지 못한 처지로는 자력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EC 각국이 국제석유자본이 석유위기에 편승하여 사실이상으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폭리를 취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과 EC사이에 끼여 침묵으로 일관하려는 태도를 결정한 것이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이라크」에 10억「달러」를 경제협력 하는 대신 앞으로 10년간 1억6천만t의 원유를 공급받는다고 약속을 해놓았다.
6대 종합상사로 하여금「아랍」산유국에 적극 경협토록 하면서도「워싱턴」회의에서는 조용히 지켜본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대미의존도가 높은 일본경제구조를 갖고「워싱턴」에서 섣불리 나왔다간 난처한 경우에 빠질 뿐이라는 염려가 작용한 것이다.
일본의 농작물자급률은 8%(쌀 제외·70년 기준)이며 해외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의 50%가 미국산이다.
작년에 미국의 농산물수출 규제조치가 일본에 미친 영향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워싱턴」회의는 결국 소비 국의 상반된 구상이 대립하면서 대체「에너지」등 초점을 벗어난 문제를 놓고 열을 올리게 될 분위기가 충만해 있다. 다만 국제통화문제를 해결하는 데 빼놓을 수 없게 된「오일·달러」만은 심각하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산유국이 대 개발도상국 경협에「오일·달러」를 쓰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왔으니 만큼 「워싱턴」에서 어떻게 논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회의에 뒤이어 14일「트리폴리」에서 열릴 OPEC(석유수출국기구) 12개 회원국회의가 또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두고 볼 일이다. <워싱턴=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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