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봉투 얇아진 월가 직원들, 주가에 희희낙락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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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먼삭스에 지난 16일(현지시간)은 악몽의 하루였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엉망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순이익이 19%나 줄었다. 예상했던 것보단 나은 수치란 위안도 소용 없었다. 투자은행가에게 ‘실적=연봉’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골드먼삭스가 지난해보다 얇은 월급봉투를 직원들에게 건넬 것이란 분석이 쏟아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그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먼삭스 직원들이 6억 달러(약 6370억원)가 넘는 추가 보너스를 챙기게 됐다”고 전했다. 주가 덕분이다. 지난해 초 골드먼삭스가 비용을 아끼느라 직원들에게 성과급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줬는데 대박이 났다. 월급봉투는 얇아졌지만 그보다 훨씬 두둑한 가욋돈이 생겼다. 1년 전에 비해 골드먼삭스 주가가 20%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지난 한 해 경영 성적표 앞에선 희비가 엇갈렸지만 증시에서만큼은 함께 웃었다.

 골드먼삭스 주가는 실적이 좋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웰스파고에 비하면 약과다. 17일 기준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17달러로 1년 전과 견줘 53% 올랐다. 파산 직전에 몰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급전을 빌리고 주가는 5달러대로 추락했던 3년여 전과는 처지가 크게 달라졌다. 웰스파고 주식 가격 역시 한 해 만에 33%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파생금융상품 부실 판매 건으로 법정 비용을 치르느라 순익이 급감한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이지만 1년 새 주가는 50%, 27% 각각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물론 기저효과(비교 대상 시기의 수치가 낮아 현 실적이 좋게 보이는 현상)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연이어 닥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오랜 불황을 겪었다. 리먼브러더스·베어스턴스·메릴린치 같은 은행이 연달아 무너지는 상황에서 실적이고 뭐고 생존이 우선이었다. 바닥을 치고 겨우 빛을 보기 시작한 게 지난해 들어서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JP모건을 제외한 대부분 금융사 주식은 2007년 전성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머물러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미국 금융주는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도 “올해 이 정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분석을 빌려 “지금까진 최대한 수익을 짜내는 데 급급했다면 앞으론 매출 증대와 같은 제대로 된 성장을 이뤄내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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