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가·아파트 등 주부들 「생필품 사재기」극성-"몰지각한 행위는 물자난·가격앙등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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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해들어 일부주부들 사이에 품귀 생화필수품에 대한 사재기(매점)하는 일이 극성스레 잦다. 「에너지」파동 후 「메이커」측의 공급감소와 가격인상 등에 따른 가수요까지 겹치자 고급주택가,「아파트」촌 주변 등 중간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화학섬유제품을 비롯해, 설탕·휴지·분유·조미로·플라스틱제품에서 세탁비누, 치약 칫솔에 이르기까지 생필품뿐만 아니라 은하수 등 담배조차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부「클럽」연합회(회장 이철경)는 5일 일부 지각없는 주부들의 대량구매현상이 어려운 시기에 물자 난과 가격앙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 전국 78개 지부를 통한 계몽에 나서 가정에서의 매점매석 행위를 막기로 했다.
물건 사 재기는 저소득층보다 중산층 이상의 주택가와 아파트촌에서 더욱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반포「아파트」안 K씨는 지난 연말 이웃 S식품점에서 한꺼번에 35원 짜리 화장지 4백60개(1만6천원 어치)를 사갔다는 것.
S식품점 종업원 신광곡군(18)에 따르면 일반가정에서 한달에 10개씩 사용해도 거의 4년 치를 사간 셈이라고 했다.
반포식품 주인 이동상씨(25)도 최근 칫솔이 최고 1백50원까지 값이 오르자 한꺼번에 10개씩 사가는 주부가 늘고있으며 1개에 60원 짜리 세탁비누의 경우 아예 70개 들이로 1∼2상자씩 요구하나 공급이 달려 10개 이상은 팔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아파트 안 S식품점에서도 한번에 화장지 2백개를 판 일이 있으며 15㎏들이 설탕 2∼3부대씩, 4백90원 짜리 분유 10∼20개씩 팔리고있다.
특히 아파트 주민들은 생필품의 품귀와 가격앙등에 대한 세태에 민감하여 이웃집에서 대량 구입했다 하면 다른 집에서도 덩달아 사간다는 것.
연희식품(서대문구 연희동132의18)주인 송영자씨(40·여)는 인근 고급주택가에서 세탁비누를 4∼5상자씩 사가려 한다고 했다.
종로구 신문로1가 호화주택가 입구 D식품점의 경우 물건을 가져다놓기가 바쁘게 팔려 진열대가 비다시피 되었다.
새마을「슈퍼마켓」(서대문구 충정로2가)나 반디「슈퍼마켓」(중구 신당동)등 고급 주택가의 상점에서도 연말연시를 통해 비누·치약·칫솔·화장지·설탕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주부「클럽」연합회측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구입해도 언제까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가수요 현상 때문에 가계를 망치게 되므로 검소하고 알뜰한 살림계획으로 낭비를 막아 물자 난을 이겨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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