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건물주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의사 일가족 집의 연탄아궁이 굴뚝을「비닐」뭉치로 틀어막아 일가족 10명에게 집단「개스」중독을 일으키게 한 범인은 의사가 세든 건물의 주인이었다. 서울 도봉구 미아6동 김양선 의원 일가족「개스」중독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북부경찰서는 22일 김씨가 세든 삼양「빌딩」경비원 박병렬(45·서울 동대문구 이문3동 98)과 김동배(42·미아6동 688의5)를 살인미수혐의로 검거, 구속하고 이들에게 굴뚝을 틀어막으라고 지시한 건물주 김영주(40·토금산업 주식회사 사장)를 살인교사혐의로 전국에 지명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주 김씨는 자기 소유인 삼양「빌딩」1층에 세든 산부인과의사 김양선씨에게 지난 1월부터 4∼5차례에 걸쳐 건물임대보증금 2백만원을 3백만원으로 인상, 1백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으나 의사 김씨가 계약만기가 안 됐다는 이유로 불응하자 지난 18일「빌딩」경비원 박·김씨를 시켜 김 의원 집 굴뚝을「비닐」뭉치로 막아 온 가족을 연탄「개스」에 중독케 한 혐의이다.
경비원 박씨 등은 경찰에서 지난 17일 하오 6시쯤 건물주 김씨가 두 사람을 사장실로 불러『김 의원 집 굴뚝을 틀어막으라』고 지시해 이튿날인 18일 하오 11시쯤 건물 2층에서 남몰래 창문을 통해 막대기를 사용,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김 의원 집 굴뚝을「비닐」뭉치로 막았다고 자백했다.
박씨 등은 처음 김씨의 말을 듣고 굴뚝을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튿날 상오 9시쯤 김씨가 다시 불러 굴뚝의 위치를 가르쳐주며 막으라고 해 쓰레기통에서 연탄재를 꺼내「비닐」로 싼 다음 끈으로 묶어 길이 1.5m쯤의 막대기 끝에 꿰어 막았다는 것.
박씨 등은 건물주 김씨가 평소 청소와 경비를 잘못하면 때리는 일이 잦아 굴뚝을 막으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쫓겨날 것이 두려워 시키는대로 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