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기고

지금이 민족통일의 적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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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과 함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정확히 파악한 데서 나온 고무적인 것이다. 이 선언에 뒤이어 정부 차원의 ‘통일 법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도 시의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민족통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은데도 정치권은 물론 지식인 사회와 일반 국민은 민족통일에 냉담한 편이다.

 왜 이럴까? 통일비용과 통일 후의 혼란을 걱정하거나 통일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고, 또 지금 통일한다면 북한을 흡수하는 흡수통일일 수밖에 없는 터라 흡수통일은 옳지 않다는 이유로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래서는 안 된다. 통일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통일 후의 혼란은 분단에서 오는 고통과 통일로 얻을 혜택에 비하면 약소하다. 북한의 세습독재와 폐쇄정책으로 북한 동포들이 굶주림과 공포에 떨고 있음이 분명하고, 이를 참지 못해 탈북하는 주민이 수만 명에 이른다. 이런 광경을 빤히 보면서도 흡수통일은 옳지 않다는 이유로 민족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인민을 아사지경으로 내모는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돕기 위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진보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자칭 진보세력이 얼마나 시대착오인지를 보여줄 뿐이다.

 민족통일에 부정적인 사람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보다 ‘민족통일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 때문일 것이다. 남북의 대결 양상으로 보아 통일은커녕 분단이 영구화될 것 같기도 하거니와 한반도 통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주변 4대 강국이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역으로 간주해 끌어안고 있는 터에 어떻게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이런 견해가 과연 타당할까? 한마디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남북 사이의 대결은 통일을 앞당기는 과정이 되고 있으며, 4대 강국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와는 달리 한반도 통일을 원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권은 분단체제와 분단권력의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개혁·개방을 거부하며, 심지어 개혁주의자인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했다. 이 모든 것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앞당기면서 민족통일의 조건을 한층 더 성숙시킬 뿐이다.

 무엇보다 북한정권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중국이 더 이상 북한 정권을 도울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개혁·개방의 거부로 이미 북한과 중국의 사이가 좋지 않은 터에 김정은 정권이 친중파로 개혁 지향적인 장성택을 중국에 대한 매국 행위로 처형했다는 것은 북·중 관계의 단절을 각오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심지어 중국으로선 북한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북한이 미국 편으로 기울 가능성마저 있어 더욱더 김정은 정권을 그대로 둘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면 북한은 몇 달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중국으로선 엉뚱한 욕심을 낼 수도 있겠기에, 우리는 남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손해가 되지 않고 중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요컨대 민족통일의 적기가 도래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으로 보거나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로 보아 지금보다 더 좋은 민족통일의 기회가 있기는 어렵다. 통일할 준비가 안 돼 있다거나 흡수통일은 옳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민족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민족의 염원이자 민족웅비의 토대가 될 민족통일을 방해하는 것이 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 노력과 함께 국민 각계도 민족통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민족통일이 꼭 이뤄지도록 해야 하겠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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