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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장성 7명, 전투기 타고 전술토의 집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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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9일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열린 전술토론에 비행단장들이 전투기를 타고 참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오산비행장의 활주로에는 이색 장면이 펼쳐졌다.

 F-15K, KF-16, F-5, F-4E…. 영하 6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하늘 위에서 각종 전투기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활주로에 착륙하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군인의 어깨에는 별 하나(준장)의 계급장이 붙어 있었다. 이렇게 7대의 전투기가 연이어 착륙했다. 전투기에서 나온 군인들은 하나같이 준장이었다. 대체 이날 오산비행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F-15K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에서는 공군 장성들이 참석하는 전술토의가 열렸다.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은 각 비행단장(준장)에게 전투기를 타고 올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7명의 비행단장이 전투기를 타고 온 것이다. 비행단장들은 부조종석인 후방석에 탑승해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회의엔 공군본부 간부 및 주요 부대 지휘관 4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30분에 걸쳐 안보상황과 군사대비태세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행단장들의 수송에 동원된 전투기는 F-15K(11전투비행단), KF-16(19전투비행단), F-4E(17전투비행단), F-5(18전투비행단), T-50(1전투비행단) 등으로 파악됐다. F-15K는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다. 한 번 띄워 비행하는 데 1000만원가량(감가상각비 포함)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 외 다른 전투기들도 기종에 따라 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공군이 회의 참석을 위해 공군의 전투기를 동원한 데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회의 한 번 참석하는데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굳이 각 비행단마다 전투기를 동원하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공군의 숙원사업인 차세대 전투기 도입이 부족한 예산으로 쩔쩔매는 현실에서 불필요한 전력 동원”이라고 말했다. 공군 장성을 위해 전투기가 자가용으로 사용된 셈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군 공보파견대 김권희 중령은 “이번 기회를 통해 비행단장들의 지휘 비행능력을 점검하고 다른 기지에 착륙하는 훈련을 해 보려고 한 것”이라며 “비상시 비행단장들이 부대에 빠르게 복귀하게 하기 위한 지시”라고 해명했다. 비행 지휘능력 향상 차원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지상근무를 하는 공군 조종사들은 2개월에 한 번꼴로 유지비행을 하고 있고, 지휘관들 역시 수시로 지휘비행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투기로 회의에 참석하면서까지 지휘비행 훈련을 했다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공군 내부에서조차 “공군의 전술토의는 매년 실시되고 있지만 이처럼 전투기를 동원한 것은 2006년 한 차례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에도 비행단장들은 빠르게 복귀시켜야 했기 때문에 수송기나 헬기를 동원해 한 번에 실어 날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재윤(민주당) 의원도 “회의하러 전투기를 타고 가는 게 과연 지휘비행 훈련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며 “작전상황도 아니고 평시 전술토의에서 전투기를 자가용처럼 이용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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