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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세요, 저녁 7시 PC 끄는 현대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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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3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 정지선(42·사진) 회장은 “구성원이 일찍 출근하고 싶어 하는 회사, 가족까지 만족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퇴근시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말했다.

 2000여 대의 직원들 개인 PC에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대백화점은 15일부터 정해진 퇴근시간 이후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시스템을 본사와 전국 13개 점포에서 시작한다. 유통업계 최초다.

 본사의 경우 오후 7시, 각 점포는 오후 8시30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며, 다음 날 오전 6시에 다시 켜진다. PC가 자동으로 꺼지기 30분 전, 10분 전, 1분 전에 “PC가 OO분 뒤에 꺼지니 퇴근을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가 PC에 뜬다. 백화점을 시작으로, 홈쇼핑과 그린푸드 등 주요 계열사로 PC-오프 시스템을 확대할 예정이다.

 가족 중시 문화는 정 회장이 계속 강조해 온 것이다. 지난해 8월엔 배우자가 출산하면 산후조리를 도와주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남편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아빠의 달’ 휴가제도를 민간·공공부문 통틀어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방학 중 자녀와 함께 야외 체험학습을 보내주는 ‘패밀리 아카데미’, 자녀 생일잔치와 부모님과의 깜짝 여행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이번 PC-오프 시스템은 일하는 방식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근무 방식 개선은 정 회장이 올해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당장의 매출 신장보다 근본적으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백화점 본사 관리본부 내에 “조직문화 개선만 생각하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조직문화 파트를 신설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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