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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몰린 왕레이8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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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2국
[제1보 (1~25)]
白·중국 王 磊 8단 | 黑·한국 曺薰鉉 9단

1대0. 그러나 왕레이8단에겐 이 판이 막판이다. 어제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일까.

조심스럽게 입장하는 왕레이8단의 창백한 얼굴에 홍조가 깃들어 있다. 曺9단은 상대적으로 터프해 보인다. 걸음걸이도 씩씩하고 액션도 커서 나이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1월 14일 베이징(北京)의 쿤룬(崑崙)호텔. 오전 9시30분에 대국이 개시되자마자 흑을 든 조훈현9단은 우상귀 화점에 첫수를 두드린다. 곧이어 왕레이8단도 대각선의 화점에 착수.

확실히 고수들의 돌 놓는 손길은 다르다. 서예가가 획을 긋듯, 검객이 칼을 쓰듯 가벼우면서도 힘이 들어있어 일반인은 도저히 흉내내기 어렵다.

5로 걸치고 6으로 붙이자 곧장 7로 밀어붙여 또다시 '큰 눈사태형'정석이 시작됐다. 이번 삼성화재배 내내 이 '큰 눈사태형'정석이 단골로 등장했다.

준결승 때 曺9단과 왕레이8단 모두 이 정석을 두었다. 고수일수록 정석이 긴 것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曺9단이나 王8단은 한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 대형 정석을 선호하는 것일까.

각자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석에 대해 공개하기 싫은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5로 뻗어 최신 유행형이 다시 시작됐다.

'참고도' 백1로 곱게 미는 것도 전엔 많았다. 그러나 9의 빈삼각이 아파서 요즘은 점차 보기 어렵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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