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분별한 국제경기 유치에 쐐기 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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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빛 좋은 개살구랄까. 겉은 그럴듯하지만 실속 없이 반복되는 일을 방치해 둘 순 없다. 규제 완화 시대라지만 계획 없이 사업을 벌이고 국고 예산을 쌈짓돈처럼 마구 퍼가는 행태에는 규제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오늘 발의할 예정인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은 주목할 만하다. ‘국고 지원 요구가 20억원 이상이며 총사업비가 100억원 이상’인 국제경기를 정부가 승인할 경우 의무적으로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원조달 문제를 협의한 뒤 국제경기 유치를 승인하게 돼 있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 잔치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평창 올림픽의 경우 2018년까지 들어갈 예산이 유치 당시 8조8000억원이었던 게 1년 반 만에 12조8000억원으로 4조원이 늘어났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또 얼마나 퍼부어야 할지 모른다. 말이 4조원이지 올해 정부가 학교 무상급식 용도로 지방교육청에 내려보낸 1조4000억원의 예산과 비교하면 무상급식 3년치에 해당하는 액수다.

 인천 아시아경기를 위한 서구주경기장 건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순수 민간투자로 사업승인을 받았다가 1차 사업변경으로 전액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변질된 뒤 또다시 2차 사업변경을 통해 국비까지 지원받았다(국회 예산정책처). 결국 국비 1100억원, 지방비 1600억원이 들어가게 됐다. 처음엔 달콤한 보고서로 승인을 받아놓고 나중엔 ‘안 해주면 어쩔 것이냐’는 배째라 식으로 정부를 몰아붙인 셈이다.

 이는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업적 경쟁에 빠져드는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이들의 능수능란한 정치에 놀아나는 무력한 정부의 합작품이다. 이로 인해 세금 낭비, 재정 파탄 등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가 참견하고 개입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국제경기 규제강화법안이 지자체장에 대한 국회의원의 특권적 지배를 확대하는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지자체장·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미리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