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중동 파병설에 제동-전 미군에 경계령 그 충격과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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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중동휴전을 감시할 「유엔」평화군 문제들을 둘러싸고 미·소가 하루동안 신경전을 벌인 끝에 소련의 양보로 일단락 되기까지 「워싱턴」의 공기는 무거웠다.
소련의 중동파병설이 나도는 가운데 미 국방성은 전 미군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경계령이 내려지기에 앞서 백악관에서는 안보회의가 꼭두새벽에 소집되고, 「도브린」주미 소련대사는 한밤중에 「키신저」를 찾아가고…
「닉슨」은 25일의 TV연설, 26일의 기자회견 계획을 연기했으며, 「브레즈네프」도 세계평화군대회 개막식에서의 연설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날아들었다.
미국 정부관리들은 미군에 내려진 경계령은 『경계조치』라고 입을 모았지만, 대통령자리를 노리고 있는 보수파인 「헨리·잭슨」상원의원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소련의 중동파병 가능성을 강조했다.
「사다트」 「이집트」대통령이 24일 미·소 평화군 파견을 제의했을 때 미국은 한마디로 거절하고 소련은 그런 구상을 찬성하고 나섰다.

<소, 사다트 성화에 골치>
그리고는 미국과 소련은 서로간의 입장을 앞세우고 설득전을 벌였다. 소련은 「사다트」의 강력한 성화 때문에 25일 미국에 최대한의 압력을 넣은 척이라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키신저」의 말을 빌면 미국은 소련의 의도를 분명히 알아차리기 어려워 만약의 경우를 위해 미군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25일 열린 「유엔」비상군을 창설하는데 찬성했는데 소련이 그렇게 간단히 포기할 입장을 애당초 고집한 까닭은 알 길이 없다. 다만 미군 경계령에 놀라서 소련이 양보했을 것 같지는 않다.

<중동서 미와 대결 불원>
그러나 1072년5월 「모스크바」출발을 코앞에 둔 「닉슨」이 월맹을 해상 봉쇄했을 때 소련이 「모스크바」정상회담을 취소하지 않고 넘긴 이후 소련은 결정적 이해가 걸리지 않는한 미·소 「데탕트」를 해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으며 「키신저」가 여러번 암시한 바와 같이 소련이 중동문제로 미국과 대결을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도 한 가지 안 풀리는 수수께끼는 「키신저」-「브레즈네프」회담이 열린 것이 1주일이 못되는데, 그 동안 대화의 「갭」이라도 「워싱턴」-「모스크바」간에 생겨 전군 경계령까지 초래하는 사태가 있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키신저」는 「모스크바」에서는 그 문제가 전혀 논의된 바 없고 소련의 파병 가능성의 문제는 24일 불쑥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어떤 사람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경계령은 「닉슨」의 「트릭」이라고 의심한다. 녹음 「테이프」를 둘러싼 「콕스」파동으로 여론의 지탄과 의회의 탄핵 움직임을 당하고 있는 「닉슨」은 국민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서 위기의식을 조장했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소련이 비동맹 8개국 결의안에 찬성한 것이 자기들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믿는다.
25일의 「키신저」기자회견에서 CBS방송의 유명한 국무성 출입기자 「마빈·칼브」가 미군 비상령이 「내수용」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키신저」의 얼굴에는 노기가 스쳤다. 「칼브」와 「키신저」는 우리 나라식 표현으로 한다면 말 놓고 지내는 처지다.

<1주 내로 경위 밝힐 듯>
「키신저」는 섭섭하다는 표정과 함께 정색을 하고 『우리는 유권자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외교정책을 수행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정부에서 내수용으로 비상력을 내렸다고 해석하는 자체가 우리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역습했다.
「키신저」는 앞으로 1주 이내에라도 미군 경계령이 나오게 된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브레즈네프」가 진심으로 「닉슨」과 배짱을 겨룰 결심이었다면 시간 선책을 크게 잘못했다는 점이다.
밖에서건, 안에서건 지금 「닉슨」은 좋은 공격대상을 놓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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