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뜬 도난세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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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행정기관에 보관중인 세금도난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그때마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도난세금에 대한 판상조차되지않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찰의 수사부진으로 사건해결이 장기화되는데다 시당국마저 막연히 경찰수사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판상조치를 미루고만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구청금고 속에 넣어두었던 세금 5백56만원을 도난 당한 동대문구청 세금도난사건의 경우, 서울시당국은 자체감사결과 감독불충분의 결론이 내려졌는데도 사건발생 20일이 지난 25일 현재 관계직원에 대한 판상조치나 행정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시당국은 경찰수사결과를 통보 받을 때까지 관계직원에 대한 행정조치를 보류해달라는 동대문구청의 건의에 따라 이 같은 처리를 미루고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인이 구청내부직원이란 심증을 굳히고 전·현직 공무원 8명에 대해 수사를 펴왔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고있다.
경찰은 ①지난 2년 동안 세무2과 내에서 도난사건이 6번이나 있었으며 ②그때마다 직원공동부담으로 피해액을 물어넣었고 ③세무2과 금고열쇠가 세 번이나 분실돼 새열쇠를 만들고 금고를 수리했으나 잃어버린 열쇠를 찾지 못한 점 등을 들어 금고를 잘 아는 내부직원의 범행 또는 이들과 내통한 자의 범행으로 보는 것이다.
경찰은 사고당일 세무2과 금고 속에 돈을 넣은 박모씨(34) 유모씨(30) 등 2명이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②평소 그만두겠다는 말을 자주 해온 점 등을 중시, 용의자로 지목, 수사해왔으나 이들은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있다.
박씨는 경찰에서 사고당일 돈을 금고 속에 넣을 때 유씨가 옆에서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씨는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유씨는 경찰진술에서 금고의 「다이얼」번호를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알고있었다고 횡설수설하고있다.
경찰은 수사의 진전을 보지 못하자 다시 도난수표의 사용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있다.
한편 서울 남가좌1동 세금도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올 서부경찰서는 범인이 동사무소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자로 보고 수사를 폈으나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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