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도 ‘을(乙)’의 입장인 부품 생산업체였다. 그러면서 ‘병(丙)’ 격인 협력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일부 임원은 협력사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대형 승용차까지 제공받았다. 부산의 자동차 부품 대기업 화승R&A 얘기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 나찬기)는 8일 원재료 납품업체로부터 모두 12억5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화승R&A 임원 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A전무(50) 등 4명은 구속했고, 가담 정도가 약한 B이사(51)는 불구속했다. 1인당 받은 금액은 최고 5억2500만원에서 최저 1억6000만원까지였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금품을 준 협력사 대표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전무는 2008년부터 4년간 원재료 납품업체로부터 매달 1000여만원씩 총 4억7000여만원을 받아 다른 임원과 나눠 썼다. A전무는 또 다른 협력사에서 시가 3500만원짜리 오피러스 승용차를 받기도 했다. 기소된 임원들은 받은 돈을 부동산·주식 투자와 보석·명품을 사는 데 썼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B이사의 집 금고에서는 보석·명품시계와 명품가방 수십 점이 발견됐다.
금품을 건넨 납품업체 대표들은 검찰에서 “납품물량을 늘리기 위해, 또 상납하지 않으면 거래가 끊길 것 같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부산지검 외사과 추의정 검사는 “실제 돈을 주지 않은 일부 회사는 거래가 중단돼 부도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산=위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