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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땔감과 용재의 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 겨울의 농촌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견디어야 할 것 같다. 새 산림 법이 시행된 후 처음 맞게 되는 올 겨울의 연료 사정을 보면 전국의 거의 모든 농촌이 땔감 부족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10월과 11월의 두 달 동안을 연료 공동 채취 기간으로 정하고 도마다 월동을 위한 연료 채취량을 배정하고 있으나 실재 소요량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당국의 계산은 가구 당 아궁이를 셋씩으로 잡고 한 겨울 연료량을 4·2t으로 잡고 있으나 실제 소요량은 5·lt이 된다는 것이 농가의 실정이다.
4·2t의 계산 근거는 도로변 주민의 아궁이는 연탄 등으로 전환한다는 것, 그리고 쇠죽 끓이는데 드는 연료를 소를 생사 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등에 두고 있다고 안다.
그러나 이 같은 근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실제에 있어서는 2, 3천원씩 드는 아궁이 개량이 보조금 지급의 지연으로 매우 부진한 상태에 있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예컨데 충청남도의 경우 아궁이 개량은 예정의 겨우 6%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편 소의 생사도 그에 필요한 「비닐·사일로」의 마련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여의치가 않은 형편이라 한다. 그 외에도 볏짚이나 풀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대책 또한 퇴비 증산 시책과 모순이 될뿐더러 가마니·새끼 등 약공품 생산에 차질을 주고있다.
게다가 연료의 공동 채취 기간이 바로 농가의 농번기와 겹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결국 가구 당 연료 배정량은 부족하고 제한된 기간 동안에 땔감을 장만할 수 없고 채취 지역까지 좁고 보니 월동 연료의 절대량 부족이 피치 못할 결과가 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는 연료림 조성지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은 필요량의 21% 밖에 되지 못하며 경상북도에서도 절대량의 50%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닥치기에 앞서 당국은 이처럼 전국적인 규모의 농가연료 부족 현상에 대해 연로채취 지역을 확대하는 등 조속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실정을 무시하거나 경시한 치산 녹화 계획의 강행은 비단 농가 연료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용 목재의 수급 계획에도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산림 녹화 10개년 계획이 발표된 뒤로 일선 시·군 등 행정 관서에서는 덮어놓고 임목 벌채 허가를 기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주들까지도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아예 벌채를 외면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벌채량의 부족은 무엇보다도 탄광의 갱목 공급에, 그리고 제지 공장의 「펄프」 용재 공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목재 가격을 반년동안 두 배로 껑충 뛰게 하고 외국산 원목에의 의존도를 높여 신문 용지 등 물가 상승에도 부채질을 하고 있다.
물론 누구 눈에도 꼴 보기 흉한 헐벗은 산림을 녹화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세대가 안고 있는 대 숙제요, 그것은 반드시 우리 세대에 착수, 성취시켜야할 지상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장한 의욕만이 모든 책임을 면제해줄 수는 없다.
산림의 녹화도 필요하지만 농민의 추위를 스스로의 추위로 느낄 줄 아는 위정자의 덕치도 필요하다. 그리고 또한 시행 착오가 드러났으면 계획을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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