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와 실천력|박현서<수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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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여성단체 협의회가 지난달 28일『자원고갈의 위기』라는 주제를 내걸고 제11회 전국여성대회를 가졌다. 이보다 며칠 전 전국경제인 연합회도「자원 및 공산권 문제 세미나」를 열었다.
세계는 바야흐로 자원확보 경쟁 및 자원개발 경쟁으로 돌입한 느낌이다. 그만큼 자원문제는 현실적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니,『소의 되새김질 생리』처럼 우리 경제의 계획성이나 주변생활들, 특히 생각 없이 물욕에만 관심 갖는 일부 계층의 생활들을 재점검하여『생활의 질』을 바꾸자면, 이를 위한 토론이나 방향 설정 제의 등 이 있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간 매개집단으로서의 여성단체의 역할 중에는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사회 안에 있는 옳지 못한 것을 고쳐 나가는 사회 개발문제가 중요한 것의 하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정책을 개선하는데 이바지하도록 건전한 범위 안에서 적극적인 작용을 할 수 있어야만 제구실을 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든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하여 질적 변화가 요망될 때는『힘의 과시』인 형식도 뜻은 있겠으나,『깨닫고 실천하는 자세와 결과』가 더 중요한 것이므로 모든『운동이 「애드벌룬」같은 행사로만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하긴 모든 여성단체 활동을 놓고 볼 때 비판과 개선할 점이 아직도 많이 있긴 하지만, 수년 전 모 정치학자가「우리나라 여권의 허실」을 논할 때『한국에는「우먼·파워」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여성들의 결속된 힘이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한 점만은 시정되었다고 하겠다.
그 당시 허점의 원인은「대부분의 단체가 한 두 명의 지도자에 의해 조직지도 되어, 그들의 열의가 식거나 은퇴했을 경우 뒤를 이을 새 얼굴이 없고, 지역단위로 발달해야 할 단체들이 도시에만 붙어 있고,「프로그램」내용이 아직도 계몽주의의 산만한 것이며, 여성의 자원을 캐내는 조직적인 연구와 여성단체간의 협조가 결여된 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많이 시정되어 지방조직이나 활동도 늘고 있다. 또 단체운영에 대한 열의도 대단하여 전에 없이 새 얼굴들이 화제에 오르는 등 진통을 겪는 일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볼 것은 남이 좋다 하여 누구에게나 좋고 들어맞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겠다.
『주나라의 습관이 모범적이라고 해서 그것을 노나라로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뭍에서 배를 밀고 가는 것처럼 잘될 턱이 없다』고 한 장자의 예절론 속의 한 구절을 되새김질 해보자.
이는 각 여성단체마다 내세우는 이념과 그 때 그 때 펴 나가는「프로」의 활동이 대상인 계층에 따라『누가 어떻게 의식의 질을 더 바꾸어야 하는가』의 방법과 작용, 그리고 침투 력이 달라야 할 것이므로 활동의 기술적인 실천의 묘가 연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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