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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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을이 되면 해마다 열리는 도서출판전시회가 올해도 21일부터 국립공보관에서 열리고있다.
전시회장엘 들러서 각 출판사별 전시 「코너」를 돌면 새삼 어떤 위압감마저 곁들인 감탄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야 많이도 나왔구나』 『야 호화스럽다』 꼭 전시장의 고객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고등학생들은 심지어 어떤 흥분마저 느껴 전시장 안을 마구 휩쓸고 다니면서 감탄의 함성들을 지르고 목록을 한아름씩 얻느라고 야단법석들이다.
알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하며 앞으로의 희망에 충만한 이들 젊은이들이 그 많은 책들을 대할 때 일종의 희열마저 느끼는 전통문화를 얻고자 하는 포부와 독서의욕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뒤돌아 나오는 모습들을 볼 때 한없는 보람과 위안을 느낀다.
날마다 많은 책 속에서 생활하는 사서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요사이 우리들 주위에는 너무나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만 살아나갈 수 있고 행세를 할 수 있고 또 이 세대에서 받아들여지는 지도 모르겠다.
도서전시회장에서도 그 예는 벗어나지 못한다.
책이란 본래가 외면보다 내용이 중요함은 사람의 인간 됨과 같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현실에 맞지도 않는 호화장정 판의 성행, 내용의 불 충실 등 출판문화의 본질에서 벗어난 상행위의 출판경향은 건전한 출판사업육성에 큰 타격을 주고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발전의 중요한 저지요인마저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잘난 체하는 책들은 우리의 근대화과정의 일꾼이 되어야 할 잠재적인 독서용의 개발을 저지시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위험성마저 있다고 염려된다. 잘난 사람들이 판을 치는 이 마당에서 이에 놀아날 염려마저 있는 젊은이들을 볼 때, 보다 더 긴 안목으로 전통적 문화정책을 지향해야 할 우리들 기성세대의 참다운 양심이 아쉽다. 이에 반하여 많은 장서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의 서고를 들여다 볼 때, 고서(고전)들은 너무도 조용하고 잘난 것도 없고 또 잘난 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는 참된 잘남이 있고 알뜰히 담긴 문화와 조상들의 빛나는 얼들이 고이 간직되어 계승되고 있다. <정병완(국립중앙도서관 탈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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