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들의 작업실을 찾아(8)-가극 『아이다』주역 맡은 소프라노 박노경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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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5년에 이어 두 번째로「아이다」에 출연하게 되는 박노경씨는 이 비극적이고 이국정서에 넘치는 「오페라」를 위해 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65년 아이다」로 분했던 자신의 사진이 「피아노」앞에 걸려있는 정릉자택에서 그는 『「아이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이에요』라고 말한다.
11월3일∼8일 신축 국립극장에서 공연될 아이다」는 출연진 모두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대가 될 것이다. 「라메디스」의 안형일씨가 신인철씨로 바뀐 것을 빼면 황영금 박노경 김금환씨 등은 모두 65년의 아이다」「멤버」이기 때문이다. 이들 비극의 공주「아이다」와 적장「라메디스」는 8년만의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나이 들수록 노래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10년전에는 그대로 지나쳤던 노래들이 요즘 다시 부를 때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것을 자주 경험해요. 그런 점에서 「아이다」에도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있어요.』
『노래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집착과 꿈으로 가득 찼던』20대의 젊은 날을 박노경씨는 「뮌헨」에서보냈다.
58년 서울음대를 졸업하고 곧 서독에 유학했던 그는 「뮌헨」음악대학과 대학원의 전과정율 공부하면서 김철수씨와 결혼도 했고 첫아들 문이(10)도 낳았다. 시끄러운 노래연습 때문에 「아파트」이웃에게 욕도 많이 먹었으나 아름답고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아빠가 견디다 못해 석면을 사다가 「아파트」에 방음공사를 벌었죠. 그런데 조금 지나니 석면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군요. 이번에는 할 수 없이 독일사람들이 주말농장으로 쓰는 교외의 통나무집을 빌어 나갔어요. 시내로 오자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숲에서 노래연습하기엔 안성맞춤이었어요.』
64년 귀국한 박노경씨는 10년 동안 대학(한양대·서울대)에서 줄곧 강의해왔다. 64년, 72년에는 독창회를 열었고 다시 승근(7) 중근(5) 두 아들을 낳았다. 이런 모든 체험, 흘러간 세월들이 자신의 음악에 깊이를 준다는 것에 그는 『감사를 느낀다』고 말한다.
「50대, 60대에도 노래부르는 분들이 많지만 아무태도 우리는 목소리를 악기로 쓰는 분야이기 때문에 나이에 영향을 입게 될 거예요. 음악에 대한사랑과 이해는 더욱더 깊어지는데 정작 노래하기엔 힘든 나이가 온다는 얘기가 되죠. 이런 생각하면 나이 먹기 전에 더 많이 노래불러야겠다고 느껴져요.』
그러나 「가르치는 직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신의 노래에 몰두하기란 힘든 일이다. 요즘의 「아이다」연습도 출연진 모두의 「직장일」이 끝난 저녁 무렵에야 시작이 되어 10시, 11시에야 집에 돌아오게 된다. 『집에서 어떤 때 우리가족을 연습하려면 세 아이가 어느새 몰려 와서는 목청을 다해 따라 부르기 때문에 동네가 부끄러울 지경이에요』라고 말하며 박노경씨는 집에서 연습할 때의 색다른 고충을 꼽기도 한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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