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향법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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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생」이란 말은 불교에서 비롯되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라는 뜻이다. 불교에선『정식이 있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불경에 관한 중국 고금의 4대 번역가중 제1인자인 현장은 중생을『유정』이라고도 번역했었다. 더욱 따뜻한 느낌을 준다.
「중생」이란 말에는 많은 뜻이 포함된다. 여러 생을 윤회한다, 여럿이 함께 산다, 많은 연이 화합하여 비로소 생한다.
불교에선『일체 중생과 더불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핀다는 뜻이다. 이것은 도덕률의 원초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서로 시기하지 않고, 서로 저주하지 않으며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데, 그 생의 의미가 있다.
요즘 불국사에서 베풀어지고 있는 회향대법회는『일체 중생과 더불어』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회전월향」의 약어.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을 다른 모든 중생에게 돌려준다는 뜻. 따라서 불국사의 복원은 어느 공덕가나 시주인만의 행복으로 보답될 일이 아니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불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향」은『대승의장』에 따르면 세 가지가 있다.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회향하여 공덕·이익을 주는「중생회향」이다. 자기가 지은 온갖 선근을 회향하여 보제의 과덕을 얻으려고 취구하는 경우는「보제회향」이다. 무위 적정한 열반을 취구하는 경우는 「보제회향」이다.
그 어느 경우나 혼자만 즐거움을 누리는 예는 없다. 모두 함께, 그것을 나누어 누리고 공평한 덕으로 돌려 받으려고 한다. 「일체감」이 철저하다.
오늘날 우리의 세속이『나 혼자』만의「에고이즘」으로 만연해 있는 것은 새삼 적막함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한 가정, 한 사회, 한 국가를 넘어 사해에 미쳐 있다.
가까이 우리의 일상은 나만을 위해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그의 가족들과 거리가 있으며, 위정자는 국민과 멀리 떨어져 있다. 부자는 빈자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며, 지배자는 피지배자의 처지를 동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의 선근공덕(?)은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서 있을 뿐, 일체 중생과의 연대도, 공동도 없다. 이것은 곧 가정의 불화가 되며, 사회의 불안, 국가의 분쟁으로 번진다.
「회향」의식이야 말로 삭막의 경지에 사는 현대인에겐 더없이 중요한 도덕률이 될 것 같다. 그것은 곧 중생의 자기회복을 의미한다.
정치도, 경제도, 그리고 문명과 기술도 오로지 중생을 위해서 선근공덕에 일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쁨을 일체중생과 더불어 나누어 갖는 질서야말로 우리가 회구하는 도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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