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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판막 이식 성공으로 활기 띠는 심장외과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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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이령균 박사(서울의대 흉부욋과 과장)가 이끄는 서울의대 심장질환「팀」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승모판막폐쇄부전증 환자에게 인공 심장판막을 이식하는데 성공, 심장병 환자에게 서광이 되는 한편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심장외과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심장의 좌심방과 좌심실사이의 수문 역할을 하는 판막이 닫혀져야 할 때 제대로 닫혀지지 않아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환자 강씨(남·28)는 고장난 판막대신 인공 승모판막을 이식 받은 지 2주일이 경과한 13일 현재 병실을 왔다갔다할 수 있는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 박사「팀」이 강씨에게 끼워준 인공 승모판막은「디스크」모양을 한「테프론」(합성수지의 일종) 제품. 여러 가지 크기가 있으나 이번에 사용된 것은 직경이 31·7㎜로 중간크기이다.
심장이 수축할 때는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를 차단하고 심장이 확장할 때는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환자 강씨가 앓은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이란 심장의 좌심방과 좌심실사이에 있는 판막이 심장이 수축할 때 마땅히 닫혀져야 하는데 아주 닫혀지지 않거나 닫혀지더라도 불완전한 경우 대동맥으로 흘러가야 할 피가 거꾸로 좌심방 쪽으로 역류하기 때문에 갖가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심장병이다. 이곳의 판막은 마치 승려들의 모자처럼 생겨 승모판막이라 불린다.
심장에는 이 승모판막 말고도 3개의 판막이 좌심방과 대동맥, 우심방과 우심실,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에 각각 끼여있어 심박출을 관장한다.
이들 가운데 후천적으로 가장 고장이 잘 나는 곳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막. 흔히 「류머치」열을 앓고 난 후 후유증으로 초래된다.
이곳에 병변이 일어났을 때 약물로 치료하느냐 외과적 수술요법을 동원하느냐하는 문제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내과의사와 흉부외과간 사이에 크게 논란이 되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심장의 판막질환이나 선천성심장병의 경우에는 욋과적 수술만이 최선책인 것으로 의사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그림>참조)
이번 인공판막을 이식 받아 생명과 건강을 되찾은 강씨의 경우도 7년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찬 중상으로 고생, 개인병원에서 단순히 심장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좋다는 약을 다 썼지만 성과를 보지 못하다가 지난 8월28일 이 박사「팀」에 의해 최초의 인공 승모판막 이식수술을 받게된 것이다.
국내 최초로 망가진 승모판막 대신 인공판막을 갈아 끼우는 수술을 성공시킨 이 박사는『이번 수술이 심장이식 수술을 가능케 하는 전 단계「테크닉」이라는 점에서 의학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심장병이라고 하면 무조건 불치이거나 난치병으로 여기고 절망하기 일쑤인데 욋과수술로써 정상 건강인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 박사「팀」이 성공한 인공판막 이식 수술은 심장이식 바로 전 단계「테크닉」이므로 모든 판막질환이나 선천성심장병의 수술이 우리 의료진의 손으로도 충분히 가능함을 의미한다.<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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