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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북한 4강행 막았던 '흑표범' 에우제비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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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에우제비오(왼쪽)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과의 8강전에서 골을 성공시키는 장면. 에우제비오는 후반에만 4골을 넣어 포르투갈의 5-3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사진 풋볼판테온닷컴]

포르투갈 축구스타 ‘흑표범’ 에우제비오(사진)가 5일 세상을 떠났다. 72세.

 영국 BBC 등 유럽 언론은 5일(한국시간) “에우제비오가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에우제비오는 2012년부터 폐렴과 고혈압, 그에 따른 합병증 등으로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

 에우제비오는 1942년 당시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태어나 포르투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세계 최고 공격수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고향 마을 축구팀인 스포르팅 로렌소 마르케스에서 15세이던 1957년부터 뛰어 4년간 42경기를 치르며 77골을 몰아넣었다. 에우제비오는 브라질 축구 스타 카를로스 바우어(2007년 사망)의 도움을 받아 추천 형식으로 운 좋게 포르투갈 명문팀 벤피카로 이적했다.

 에우제비오는 1960년부터 벤피카에서만 15시즌을 뛰며 440경기에 나서 473골을 넣었다. 경기당 1.07골을 쏟아부으며 포르투갈 최고 스타가 됐다. 1961년에는 포르투갈 대표팀에 발탁돼 73년까지 64경기에 나서 41골을 터뜨렸다. 그가 22년간 선수 생활을 지속하며 넣은 골은 총 733골(745경기)이다. 에우제비오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기록한 A매치 최다 골 기록은 2008년 현역에서 은퇴한 파울레타(41·A매치 47골)가 2005년 A매치 42번째 골을 기록하며 깨졌다. 그가 은퇴한 지 26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우제비오는 북한과의 8강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후반 4골을 몰아치며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에우제비오는 이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3위로 이끌며 득점왕(9골)에 올랐다.

 에우제비오는 포르투갈을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스타였다. 2004년에는 펠레(74·브라질)가 선정한 최고의 축구 선수 ‘FIFA(국제축구연맹) 100인’에 선정됐다. 2003년 11월에는 포르투갈축구협회로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창립 50주년 기념상을 수상했다.

 한국 축구와도 인연을 맺었다. 1970년 소속팀 벤피카와 함께 방한해 한국 대표팀과 동대문운동장에서 경기를 펼친 이력이 있다. 에우제비오는 당시 0-1로 뒤진 후반 40분 페널티킥 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포르투갈 TV의 축구 해설자로 한국을 방문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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