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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교학사 채택 학교 압박은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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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학사가 발행한 한국사 교과서(사진)를 채택했던 전국 14개 고교 중 13곳이 이를 취소했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 학교는 지학사 교과서와 함께 복수로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한 전북 상산고 한 곳만 남게 됐다. 이 학교도 6일부터 역사 교사 등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교과서 선택 문제를 재검토키로 했다.

 당초 상산고와 함께 교학사 교과서 고수 방침을 유지해온 울산 현대고는 5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4일 교과협의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 대신 다른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했다”며 철회 사실을 밝혔다. 앞서 창문여고 등 12개 학교는 ‘친일학교’ ‘매국학교’ 등 비난이 일자 지난주 긴급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등을 열어 교과서 선택을 취소했다.

 상산고는 지난 4일 학생이 교내에 붙인 교학서 교과서 채택 관련 대자보를 철거하고 홈페이지에서 학부모·동문 등의 비판 글을 일괄 삭제해 또 다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태조사 방침을 밝혔다. 상산고 박삼옥 교장은 “균형 있는 역사 교육을 위해 교학사와 지학사 두 곳의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입장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다만 (교학사가) 역사 왜곡 논란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다른 학교들은 여론의 압박에 밀려 나오게 된 결정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지방의 A고교 교감은 “특정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자체만으로 비난하는 건 학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고교 교장도 “학교 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뤄진 결정을 외압에 굴복해 바꾸는 건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학사 블랙리스트’로 자칫 학교 운영의 자율권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균관대 양정호(교육학)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의 왜곡 논란과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택 문제는 분리해 봐야 한다”며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안을 외부에서 맞다 틀리다고 비난하는 건 여론몰이식 재판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 김무성 대변인도 “교과과정의 자율권은 학교에 있다”며 “적법하게 이뤄진 결정을 도마에 올려놓고 여론몰이 압박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교학사는 6일 긴급 대응팀을 꾸려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호영 홍보팀장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서 학교의 선택권까지 비판하는 것은 명백한 테러”라며 “부회장에게 살해 협박 전화까지 온 상황이어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전주=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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