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주「8·28선언」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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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8월28일 북한측의 일방적인「남-북 대화중절선언」이 나오고 이후락 남-북 조절위원장이 반박성명을 발표하자 일본의「매스컴」일부에서는『김대중씨 사건이 마침내 남-북 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표현한 바 있다.
어떻든 일본의 한국문제 전문가들 견해는 대체적으로『북한측이 회담부진의 책임을 남한측에 전가하기 위해 마침 국제적으로 문제화 된 김대중씨 사건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북한이 남-북 대화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구체적 이유는 ①「분단국총회」라고 일컬어지는 이번「유엔」총회에 앞서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망신시켜 6·23 선언으로 남한에 결정적으로 유리해진 국제여론을 자기네 편으로 돌리고 ②한·미·일간의 협력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③부진한 남-북 대화의 책임을 전가시켜 일단 중단시키되 이번「유엔」총회의 새로운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두고보아 자기들에게 유리해질 상황을 기다리자는 계산이 아니겠느냐고 관측통들은 복고 있다.
어느「업저버」는『유리한 국제여론을 뒷받침하여 남-북한「유엔」동시가입을 추진하는 한·일 양국 정부에 대해서는 김씨 사건은 오비이락격의 불행』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영주의 성명에서 나타난 김대중씨에 대한 찬양과 지지를 보고 김씨와 그들과 어떤 동질성을 가졌는가하는 회의를 갖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북한측은 김대중씨를 동 성명에서 열 두 번이나 추켜세우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관심 있는 인사들은 김씨가 북경에 체류하면서 가진 연설 또는 미국에서의 발언을 수록한 그의「팸플릿」을 볼 기회를 얻는다.
금년 2월7일 김씨가 동경 자민당 AA「클럽」강연에서『일본은 현 한국정부의 독재화를 장려하고 부패를 조장하는 식의 대한경제원조를 삼가라』고 한 것이라든지『나는 계속하여 미·일의 대한정책 수정을 각계에 요청하겠으며 언론을 이용하여 대한정책변경 여론조성에 앞장서겠다』(3월31일 상근 출입국관리법연수회)는 것은 한국의 유신체제와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입각한 대 정부 비난이라고「업저버」들은 보아 넘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문을 표시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그것은 7월6일 미「메이플라워·호텔」에서 가진 좌담회에서「한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를 수락하여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4대 국보 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나는 남북한이 전쟁억제조치 단행에 의한 연방제(외교·군사·내정의 독립성은 유지) 창설을 통해 평화공존체제를 확립하고 이와 병행하여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제 교류를 성행시켜 민족의 신뢰와 국민적 합의를 회복하는 평화교류를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라는 3월23일 동경외신기자 구락부성명,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 소생을 위해서는 현정권유지를 조장케 하는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길이다』(4월30일 미「보스턴」에서「라이샤워」교수와 대담) 라고 말한 경우에 대해서는 북한측 주장과 얼마나 간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고 하여 그를 공산주의자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같은 발언을 통해 재일·재미교포사회에「어필」하고 있는 미-일 등지에「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라는 단체를 조직해 나가고 있는 김씨인 만큼 북한측이 김씨의 조직과 세력을 이 기사에 북한에 유 합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는 공작과 기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동경=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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