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이」비동맹국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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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개국 대표들이 모인 비동맹정상회의가 3일간의 외상회의에 뒤이어 5일부터 8일까지 「알제이」에서 열리게 돼있다. 강대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대표가 초청되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이 여기에 초청을 받거나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격동하는 오늘의 국제정세에 비추어 볼 때 이제 세계여론의 향 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이들 비동맹국들의 회의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쏟아야 할 현실이다.
원래 비동맹국이란 동서 어느 편의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의 나라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동서냉전이 치열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말이나 실제에 있어 이 용어는 한번도 그 같은 순수한 의미로 사용된 일은 없었고 특히 최근처럼 국제정세의 주조가 크게 달라져 미·소, 미·중공관계 등 열강들이 평화공존을 내세우게 된 시대에 있어서는 더욱 알쏭달쏭한 용어가 된 느낌도 없지 않다.
실제로도 비동맹정상회의는 그 구성부터가 잡다한 국가들의 혼거 세력으로서 이 회담에서의 결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하나의「선언」에 그칠 뿐 세계정세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동맹국회의의 주최국들은 정세상의 여건변동을 감안하면서 정상회의를 거듭, 자신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회의가 강대국과 맞서 「실리경제」를 추구할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동서 양 진영간의 다극화현상을 틈타 경제적 후진국들의 새로운 단결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들 비동맹국들이 과연 경제·군사 면에 걸쳐 강대국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국제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러나 「유엔」회원국의 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 오늘날 그들이 만약 하나의 세력으로 굳게 뭉칠 때「유엔」안에서 이들 비동맹세력이 연출할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비동맹국가운데는 한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나라도 있고 또 아직 한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은 나라도 있다. 바로 이 점이 한국으로서 이들 비동맹국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외교에 노력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한국은 6·23 특별선언을 통해 이미 호혜평등의 원칙 하에 이 모든 국가들에 문호를 개방할 뜻을 천명한 바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 비동맹국회의를 계기로 모든 비동맹국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질 것을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이번 회의에 즈음,「알제리」「부메디엔」대통령에 보낸「매시지」를 통해 비동맹국회의에서 한국의 통일문제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주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측의 이 같은 주의환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의 대「유엔」전략의 일환으로서 모든 비동맹국들은 한국통일문제에 있어 북한이 펴고 있는 이러한 선전공세의 진의가 어디 있는가를 간파해 주기를 우리는 바란다.
정부는 이 비동맹국회의의 움직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들의 협조를 얻는 방안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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