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관과 건축법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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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국무회의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공포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모법인 건축법은 72년 12월 30일에 개정되어 6개월이 경과한 지난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였으나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아 건축 행정에 많은 혼선을 빚어 왔었다. 이제 그 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건축 행정이 꼭 궤도에 들어서게 되었다. 시행령의 골자는 ①건축물의 용도 제한을 보다 강화하고 ②도시의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용적률을 대폭 감소시켰으며 ③지나치게 근접한 건축물의 출현을 방지하고 ④고층건물에 대한 방화 및 피난 시설 기준을 강화하고 ⑤주차장 설치 기준 등을 강화한 점 등이다. 이러한 조처가 도시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극히 필요한 조치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개정 시행령은 주거지역을 주거 전용 지역과 주거지역으로 나누어 이 지역에는 공장과 「호텔」·여관 등을 지을 수 없게 하였는바 이것도 적절한 제한이다.
주거지역을 거주의 안정과 건전한 생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정한 만큼 주거 지역내에 이들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한 것은 당연하며, 현재 있는 공장 「호텔」·여관 등도 하루속히 이전하도록 할 것이요 주택지역에 침입한 여관 등의 영업 허가는 취소해야만 할 것이다.
개정 시행령은 또 도로 및 건축선에 관한 법규정에 따라 도로에 면한 건축물의 벽 위치를 지정하고 있다. 이 역시 타당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건축물의 미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제를 가하고 있지 않다.
물론 건축법은 담장과 벽면의 위치·구조·색채 및 지붕의 구조·색채 등은 이를 지방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에서는 이를 규정하지 않았다고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규정은 너무 막연하기 때문에 건축법 시행령에서 보다 자세한 규제를 했어야 마땅하다.
서울이나 기타 대도시의 건축물들은 미관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들이 수두룩하다. 후진 국가인 「방콕」의 중심 가만 하더라도 높이와 색채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아늑한 맛을 주고 있는데, 서울의 건축선은 제멋대로 이며 흡사 성냥갑을 제멋대로 누이고 세워 둔 것 같은 인상이 들 지경이다. 고층 「빌딩」이라 불리는 건물의 벽조차 눈에 거슬리는 채색과 제멋대로의 「마무리」를 하여 난맥의 극을 이루고 있다. 이래서 이제 우리도 건물의 구조나 크기뿐만 아니라 도시 미관에 관해서도 철저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도시의 양적 규제에서 질적 규제- 미적 규제를 생각할 수 있는 시점에 온 것이다.
때마침 서울특별시는 개정도시계획법과 건축법에 따라 서울대학교 법대·사대·음대 주변을 특정 가구 정비지구로 지정, 건물의 모양·규모 등을 규제하기로 했다고 들린다. 그러나 우리의 소견으로는 특히 수도 서울의 경우 이 지역뿐만 아니라, 시내의 전 간선도로변은 이를 모두 특정 가구 정리 지구로 추가 지정하여 건축선을 살리고 미관을 찾도록 조처해야 할 것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의 내 외국인이 드나드는 수도 서울의 「메인·스트리트」가 이토록 엉망진창이라면 이는 나라 전체의 인상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이제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신축건물에 대한 법령정비는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법령의 집행은 말단 공무원인 구청 건축과나 시·군·읍 건축 담당관의 손에 달려 있다. 건설부 당국은 각지방 자치단체가 건축 법령을 어느 정도 신뢰하게 준수하자 있는가를 철저히 감독하여 비위 공무원은 단호히 처벌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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