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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계에서 고조되는 「평민문학」연구|고 구자균 교수 추모『어문론집』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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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문학사가 주로 귀족문학을 중심으로 엮어졌던데 반발, 민족사적 입장에서 역사의 주류를 이룬 평민계급의 사상과 감정을 묶은 「평민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는 고 구자균 교수였다.
한국문학에서 처음으로 평민문학의 설정을 시도했던 그를 위해 고려대 국어국문학 연구회는 일오 구자균 박사 추모 특집의 『어문론집』제14, 15 합집을 간행했다.
여기선 특히 「한국평민문학의 제상」을 특집으로 정규복교수의 『한국 평민문학의 개념』, 정재호씨의 『평민시조의 일 고찰』, 인권환씨의 『「토끼전」의 서민의식과 풍자성』 , 유구상씨의 『어휘면으로 본 「춘향전」, 성광수씨의 『「춘향전」에 대한 문체론적 고찰』등이 실려 평민문학의 논의를 확대했다.
구자균 교수 (1912년2월∼1964년)가 1948년 자기의 대학졸업논문 『서리 시인을 중심으로 하여 본 근대위항 문학』을 고쳐 『조선평민문학사』를 내놓은 때로부터 한국의 평민문학사는 논의가 시작됐다.
특수계급인 서리·중인·서얼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대평민의 한문학을 사적으로 개관했던 대학졸업논문을 기초로 『근대평민의 구성』 『평민문학총론』 『시인각론』의 형식으로 정리해본 것이 최초의 평민문학사였다.
구자균은 그 뒤 1950년1월 『어문』지에 발표한 『평민문학고』에서 평민문학의 개념·인물·발전과정을 논해 「평민문학」에 대한 자기의 주장을 계속했다. 이번 『어문론집』의 한국평민문학 특집은 새로운 연구진척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복 교수는 평민문학의 개념을 ①평민이 쓴 문학작품 및 귀족이 쓴 평민을 대상으로 한 작품 ②평민이 쓴 평민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규정할 수 있으나 이를 절충해서 『평민에 의해 쓰여진 작품이면 대상이 어떤 것이든 평민문학』이라고 주장, 작품에 반영된 평민작품의 사상과 감정이 문제라고 봤다.
또 「평민」은 계층구조에 뿌리박은 봉건사회의 용어이므로 「평민문학」은 한국 고문학, 시간적으론 갑오경장이전에만 적용된다고 봤다.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조에서 평민계급의 범위는 「역의 대상이 된 자」, 조선에선 중인이하 서리·아전· 천민을 평민으로 잡았다.
정교수는 또 한국평민문학의 시초로서 여옥의 『공후인』, 가락국의 『구지가』를 들고 여옥은 주공 곽리자고의 처이며『구지가』는 일종의 노동요로서 노동자들의 합작으로 보는 때문이라고 했다.
삼국시대의 향가 중 현존하는 25수중 견우노인의 『헌화가』, 광덕의 『원왕생가』, 희명의 『도천수관음가』, 득오의 『모죽지랑가』, 처용의 『처용가』및 역중작이라는 『풍요』등은 모두 평민문학의 영역에 드는 것이며 여요 가운데 경기체가를 제외한「가시리』· 『만전춘』·『동동』·『이상곡』·『청산별곡』·『서경별곡』·『정석가』·『쌍화점』·『사모곡』·『정읍사』등도 평민문학의 대상으로 봤다.
조선조의 것으로는 중인·서리·아전·기녀에 의해 이루어진 평시조 및 작자미상이나 대부분 서리·아전의 손으로 이뤄졌다고 생각되는 사설시조·판소리소설 등은 모두 평민문학의 좋은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특히 평민시조의 영역에서 탐구한 정재호씨(고대 민족문화연구소 총간사)는 국문학사상 최초로 일군의 평민시조작가가 등장한 것은 진본 『청구영언』에서이며 여항6인이라 하여 장현·주의식·김삼보·김성기·김유기·김천택의 작품 65수가 나왔다고 설명한다.
이때 만횡청류라 하여 1백16수의 사설시조도 나오는데 대부분 평민시조로 볼 수 있다. 그 뒤 김수장이 나와 『해동가요』에 자신의 시조 1백17수를 수록하고 있다.
물론 인·명조간에 황진이 같은 기녀가 작품을 낸바있으나 국문학사상 평민시조는 숙·영조 때이며 그 특성으로 ①현실에 대한 부정과 긍정 ②서민적 사랑 ③취악과 근로 ④풍자와·해학 ⑤서민생활의 반영 등으로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정씨는 평민의 인생관을 ⓛ현실에 대한 긍정과 적응의 인생관 ②낙천적 인생관 ③소박하고 솔직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한 평민시조의 분석은 아직 논의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기는 하다. 「평민문학」에 대한 개념규정조차도 아직은 분명한 것이라곤 할 수 없다.
그러나 「평민문학」의 연구열이 국문학계의 일각에서 구자균 교수의 뜻을 이어 고조되고있음은 고무적 현상에 틀림없다.
상류의 생활을 한 귀족계급에서 이루어진 귀족문학과는 필이 다른 평민들의 사상과 감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평민문학이며 한국문학사에서 주로 다루어진 귀족문학과는 달리 실상 민족사의 주류를 이룬 평민계급을 역사에서 다시 부각하는 의미에서도 평민문학은 중시돼야겠다는 것이다.
구자균 교수는 이미 『국문학논고』에서 조선문학을 살피면서 한국평민문학의 특질을 양반문학과 대조해 양반문학의 점잖음·도덕파·공명주의에 대해 해학성·색정성·취악사상을 든바있다.
이 같은 구 교수의 한국평민문학의 특질규정이 조선조문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이것을 다시 고려·삼국시대로 확대해 갈 때 한국 고 문학에서 평민문학의 특질은 더욱 명료하고 폭넓은 것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생긴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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