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로서의 어머니-「어머니 여름학교」 서봉연 교수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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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창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층에는 여러 가지 어렵고 풀리지 않는 문제와 고민이 따르게 마련이다.
신체적인 문제에서부터 교우관계, 학교생활 등 때로는 그들에게 심한 좌절과 고민을 안겨주는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에는 무엇보다도 옆에서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상담자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어머니회가 마련한 「어머니여름학교」(25∼28일·불광동 기독교수양관)에서는 특히 여름방학동안 자녀들과 접촉시간이 많은 어머니들이 이러한 자녀들의 상담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어머니여름학교」에서 서봉연 교수(서울대·성격심리학)의 『상담자로서의 어머니』 강연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상담자란 어떤 문제를 가진 상대방에게 그 해결방법을 돕고 인격적인 성장발달을 원조하는 사람인데 「어머니」의 위치는 이런 상담역으로서 가장 가깝고 적당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 때 어머니와 자녀의 대화가 적고 그 내용이 사무적인 영역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자녀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 즉 어머니가 자녀의 상담역이 되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마음놓고 의논할 만한 분위기가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속마음을 트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데서부터 출발된다.
그러면 이렇게 속마음을 트고 어머니가 자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상담자로서의 어머니의 바른 태도가 좌우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첫째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적인 태도를 들 수 있다.
자녀들이 의논하는 일에 대해 우선 비판하고 강압적으로 나오려 함이 없이 진정으로 그들의 의견과 말들을 들어주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흔히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 기대가 많아 어떤「문제」에 대해선 「틀렸다」 「나쁘다」 「안 된다」가 앞선다. 그렇게 되면 자녀들과의 대화는 점점 어렵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들로부터 야단맞을까봐 겁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든 마음놓고 얘기할 수 있게 우선 잘 들어주는 어머니가 되어야할 것이다.
다음은 상대방과 똑같이 느끼는 공감적인 이해의 자세가 필요하다. 「엄마의 입장」을 떠나 자녀의 입장에 서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세대 차를 좁히는 어머니의 노력이 따라야 된다. 그들과 내적 생활을 같이 경험하는 장을 마련하여 같이 놀고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일이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알아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할 것이다.
또 하나의 상담자로서의 분위기는 비록 자녀이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인정과 존경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서보다는 독립된 인격으로서 보는 태도인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권위를 고집하는 위선적인 태도는 결국 자녀들의 불신을 부르며 서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상담이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든다. 언행일치의 진실성이 어머니에게 뚜렷이 보였을 때만이 자녀들이 어머니를 따르고 의논의 상대로 부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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