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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도 군문을 개방하라-「이탈리아」33개 여성단체서 국회에 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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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교적 보수경향이 짙은 「이탈리아」에서 여성사회진출은 수년래 갑자기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무든 국민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따라서 「여성도 군복무를 수행하자」라는 청원을 33개의 여성단체명의로 국회에다 요청하여 화제를 일으켰다.
이것은 「이탈리아」여성법학자 회가 기초연구를 하고 「이탈리아」 최대의 여성단체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직업 여성회가 뒷받침하면서 지난 4월부터 2개월간 동료단체들에 설득작업 끝에 33개 단체로부터 찬동을 얻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여성병역의무화」에 원칙적 의견의 일치를 본 반면 방법문제에는 다소의 견해를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처럼의 통합된 훌륭한 회합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일단 거국적인 운동을 전개키로 결정했다. 「무장복무」를 주장하는 측과 간호와 사무 등 보조역만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의 대립이 바로 이 문제점이었다.
한편 좌파의 여성단체에서는 적극 지지를 하고 나섰고 「가톨릭」여성단체들도 찬성을 표시했으나 유독 「여성주의자」들은 그와 같은 제의에는 동조를 못 하겠다고 색다를 주장을 하고 나섰다. 우리는 반 권위주의이며 모든 계급을 무시하므로 남녀불문하고 군복무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여성해방운동의 「가롤디」여사는 『전투하는 여성상이 우리에겐 완전히 부정적』이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여성의 군복무에 관한 관계당국의 의사는 당혹하는 인상을 풍긴다. 군 지원병 위원회의 사무국장 「치렐리」씨는 『여성입대가 결코 남녀동등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여성에게 입대가 결코 가정으로부터 사회로 진출하는 권리가 부여돼 있음은 물론이나 여성병역의무를 제도화하기보다는 사회를 그리고 가정을 먼저 재정비, 조직하는 게 선결문제일 것』이라고 논평, 「이탈리아」남성들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현재론 일반 여성들도 희망적인 사람이 많지만 비판의 눈으로 보고 있는 층도 적지 않음이 일부조사에서 밝혀졌다.
「나폴리」지방에서 실시된 조사의 결과는 이 제안은 응답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는 편으로 드러났으나 질문대상자 중 4할이 무대답이었고 또 많은 응답자들도 비고란에 『여성군복무를 의무화해야만 실행 가능할 것』이라고 기입하여 근심스런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이는 『그렇지 않고는 우선 가족들이 승낙을 안 할 것이고 또 여성지원병들은 경험을 찾아 나선 좋지 않은 수준의 여인들이라는 나쁜 인상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전통적인 「이탈리아」같은 나라에서의 시대 첨단적인 여러 운동들은 여성 군복무 문제의 실현 가능을 떠나서 구속이나 속박이 강하다고 느껴지는 사회에서 그렇듯이 이런저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자신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혹평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로마=정신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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