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임금 50~60弗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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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측은 우리가 내놓은 안(案)보다 기본임금을 낮게 책정했습니다. 대신 생산실적에 따라 노동보수(수당)를 추가하겠다고 제안했더군요. 처음에는 저항이 있었지만, 자세하게 들어 보니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성시인민위원회 정영철(44) 대외사업국장은 지난달 24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남북 간에 쟁점이 돼온 개성공단 임금문제에 대해 융통성 있게 대처할 뜻을 내비쳤다.

북측 당국자가 개성공단 임금과 관련, 남측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북측의 또다른 당국자도 최근 개성을 방문한 남한의 비정부기구(NGO) 인사에게 기본임금을 50~60달러 선에서 정할 뜻을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한국토지공사 허만섭(許萬燮)부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북측에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임금이 싸야 남측 기업이 개성공단에 진출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확실히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 노동자의 임금(수당포함)이 50달러, 중국 노동자는 50~1백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북측이 밝힌 개성공단 임금 수준은 중국 노동자와 비슷한 셈이다.

북측이 지금까지 나선지역 수준인 기본급 80달러와 성과급 20달러 등 1백달러 수준을 고집해온 것을 보면, 종래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이는 개성공단을 하루빨리 가동시켜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북측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진출하려는 남한 기업들은 북측 노동자의 적정 임금(수당포함)을 40~50달러로 보고 있어 북측과 여전히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관심있는 기업들은 대개 섬유.신발 등 단순가공 업종이 많기 때문에 북측의 요구대로 임금을 지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정 국장은 "개성공업지구를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특구로 만들겠다"면서 "개성공업지구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북과 남이 합의한 법에 따라 운영되는 지구"라고 밝혀 공단 가동의 실효성에 대한 남한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업지구법을 만든 과정도 공개했다. 먼저 민족경제협력연합회(회장 정운업)에 소속된 법연구사들을 중심으로 실무팀을 구성, 남측에서 제시한 초안을 꼼꼼히 검토한 다음 중국.베트남 등 다른 나라의 특구법도 다양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한편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개성공단에 거는 기대가 개성시에 있는 공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송도피복공장 송종철(54)지배인은 지난 1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사회주의시장이 없는 조건에서 우리도 자본주의시장을 뚫고 나갈 계획"이라며 "지금은 전력이나 자재 등 생산조건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그렇지, 일감만 있으면 개성 사람들은 본때 있게 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개성공단 착공이 북한 핵문제로 인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이종혁(李鍾革)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달 24일 남측 역사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관계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순탄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착공 일자가 앞당겨지기를 희망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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