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의결한 교육 예산 문용린 교육감 사상 첫 부동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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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시의회가 30일 7조4391억원 규모의 2014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시의회가 교육청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했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이 부동의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시의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교육청 예산안을 재석 의원 75명 중 찬성 46명, 반대 29명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문 교육감은 곧바로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문 교육감은 “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이 교육청 정책 방향과 차이가 있어 부동의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혁신학교 예산과 (의원들의) 각종 지역 현안 예산을 수용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시의회가 증액한 470억원이다. 시교육청 이규성 예산담당관은 “470억원 중 363억원(77%)이 교육청의 사전 실태조사 등을 거치지 않은 민원성 ‘쪽지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의회가 증액한 예산은 혁신학교 67곳에 대한 교무행정지원 인건비(11억원), 학교혁신 장학협의체 운영비(8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사업이었던 혁신지구(구로구·금천구) 지원 예산(12억원)도 추가됐다.

 시의회는 대신 공·사립학교 교사 인건비(140억원) 등을 삭감했다. 초등돌봄교실 25억원, 스마트스쿨 예산 15억2000만원, 장애 특수학교 설계비 10억원, 사립학교 노후환경개선비 12억원도 감액됐다.

 교육감이 예산에 대해 부동의를 하면 시교육청은 증액 부분에 대해선 예산을 집행하지 않게 된다. 시교육청은 조만간 시의회에 예산안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지방의회 의결이 월권이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의회는 10일 이내에 예산안을 재의결해야 한다. 재의결을 위해선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시교육청 이승복 기획조정실장은 “예산안이 재의결될 경우 대법원에 예산안 무효확인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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