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권한까지 가져간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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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당과 군은 물론 경제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기반을 구축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시 주석이 지난달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대회(3중전회)에서 신설이 결정된 ‘중앙 전면심화 개혁영도소조’ 조장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이날 회의를 열어 ‘중앙 전면심화 개혁영도소조’ 설립을 의결하고, 시 주석을 조장으로 선출했다. 개혁영도소조는 경제는 물론 정치와 문화, 사회, 환경 등 행정 전반에 걸친 개혁을 입안하고 추진·감독하는 기구로 사실상 국무원(행정부)의 상위 기구다.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총리가 외교와 안보, 문화를 제외한 경제와 환경 등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개혁영도소조 조장을 맡았다는 것은 총리 관할이던 경제와 환경 정책도 시 주석이 맡는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3중전회에서 신설키로 의결했던 국가안전위원회 위원장도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 위원회는 현재 국내외 안전과 외교 문제를 총괄하는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당 핵심 정치국원과 국무위원, 국방부장, 외교부장, 공안부장, 국가안전부장은 물론 경제와 해양, 환경 등 부처 수뇌부가 대거 참석해 사실상 국가안보의 모든 분야를 총괄해 당과 군, 국무원을 초월하는 권력기구다. 특히 국방부장이 참석하던 소조와 달리 위원회에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유사시 신속한 무력동원 가능성을 높였다.

 홍콩의 정치평론가 왕야(王雅)는 “국가안전위원회는 당 중앙, 국무원, 전인대(국회 격), 정치협상회의와 함께 국가 5대 권력기관으로 부상할 게 분명하며 이 경우 시 주석의 권력은 덩샤오핑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의 새 지도부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쌍두체제가 아니라 시 주석 1인 중심 체제하에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보좌하는 권력형태로 급속히 변화한 것이라는 얘기다.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복잡다단해지는 국제환경에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국가 주권을 보위하고 외교력을 강화하며 효율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권력체제의 창조적 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아직 시 주석이 1인 권력체제를 구축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는 물론 장쩌민(江澤民)을 뛰어넘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경우 예상되는 내부 반발이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 이후 1인 권력체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당헌에 개인숭배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1인 권력집중에 따른 부작용과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997년 당시 장쩌민 주석이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참고해 국가안보위원회 설립을 추진했으나 권력이 장 주석에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한 당내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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