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철도파업 고질병, 시민의 인내심으로 뿌리 뽑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상 유례 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은 시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현재 열차 운행률이 파업 전의 70%대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은 제때 오지 않는 여객 열차, 콩나물 시루로 변해버린 전철 앞에서 당혹하고 있다. 연말 물류대란은 회생 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을 안길 것이며, 파업에 발목 잡힌 시민들의 불편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답답한 건 이 파업이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수서발 KTX 법인에 면허를 발급했고 노조는 이를 이유로 해를 넘기는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다. 철도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했다.

 이쯤 해서 정부가, 또는 코레일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고 파업을 끝내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철도노조 파업에 손든다면 앞으로 더 큰 불편을, 더 자주 겪어야 할지 모른다. 철도는 시작일 뿐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다양한 형식의 경쟁체제를 도입할 때마다 노조는 “민영화 전 단계 조치이므로 반대한다”며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때마다 총파업 투쟁을 부추기며, 정권 퇴진 운운할 게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주말 10만(경찰추산 2만3000)명이 넘는 인파를 서울광장에 모아 세 과시를 했지만 철도파업이 불법이라는 본질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는다. 노조가 노사협상 대상이 아닌 걸 요구하면서 철도라는 국가 기간망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정부와 코레일이 수서발 KTX를 공기업 자회사로 설립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시민들에게 더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데 왜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시민들이 매일 겪는 체감 고통이 더욱 커진다고 하더라도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의 터무니없는 주장 앞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다행히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린 이후 파업을 그만두고 되돌아온 인원 비율이 전체의 21%를 넘었다고 한다. 회사 측은 파업 지도부와 선동자를 일반 조합원과 분리해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미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고삐도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이 힘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은 법질서다. 정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원들을 조속히 검거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가 1년여 동안 지속된 광산노조의 파업 사태를 해결한 것은 인내심을 갖고 정부의 조치를 지켜봐 준 위대한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국가 경제의 핏줄을 볼모 삼아 파업을 벌이는 철도노조의 고질병은 시민의 인내심으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