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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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27면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 산둥반도 동단의 룽청(榮成) 청산(成山). 바닷가에 꽃무늬얼룩돌(花斑彩石·화반채석)이 솟아 있다. 창조주 여와(女媧)가 하늘을 메우다 남겨놓아 강산을 굳건히 보존케 해준다는 신성한 돌이다.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이곳을 찾아 돌에 절을 하고 돌아갔다. 거짓말처럼 천하가 태평해졌다. 황실의 술사 서복(徐福)은 “수많은 말과 군사를 이끌고 넓은 길을 따라, 진시황이 돌에 절을 해 성공할 수 있었다(萬馬千軍御馳道 始皇拜石得成功)”고 노래했다. ‘진시황이 돌에 절하다(秦皇拜石)’란 고사는 원(元)나라의 이야기꾼 관한경(關漢卿)에 의해 성어로 탈바꿈했다. ‘오후연(五侯宴)’에 나오는 ‘말이 도착하니 성공하다’ ‘성공이 말 달리듯 오다’라는 뜻의 마도성공(馬到成功)이다.

馬到成功<마도성공>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 법이다.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정진한다는 성어 마부정제(馬不停蹄)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과 통한다.

말이 등장하는 우화로는 인사(人事)를 강조한 한유(韓愈)의 ‘잡설(雜說)’이 유명하다.

“세상에 백락(伯樂·유명한 말 감정사)이 있어야 천리마도 있다. 천리마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백락은 늘 있지 않다. 고로 비록 준마가 있어도 노예의 손에 모욕이나 당하다 마구간에서 보통 말들과 나란히 죽고 말아 끝내 천리마라 일컬어지지 못한다.

말 중에 천 리를 가는 말은 한번 먹었다 하면 곡식 한 섬을 다 없앤다. 말을 먹이는 자는 그 말에게 천 리를 달릴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먹인다.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들 배불리 먹지 못하면 힘이 부족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보통 말만큼만 되려 해도 그러지 못하거늘, 어찌 천 리 가기를 바라겠는가.

올바른 법도대로 채찍질 않고, 재능을 다하도록 먹이지도 않고, 또 말이 울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채찍을 들고 나아가 말하기를 ‘세상에 말다운 말이 없다’고 한다. 아! 정말 말이 없는 것일까? 진정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곧 말의 해다. 내년 한 해 여러분 모두 백락을 만난 천리마처럼 마부정제의 기세로 마도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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