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국악연주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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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악 현대사의 주축을 이뤄온 서울대음대 국악과가 올해로 13번째의 정기 연주회를 기록했다는 것은 여간 감격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악단의 창작활동은 거의 서울대음대 국악정기연주회와 「창악회」 「멤버」의 발표회에 의존한 사실이며 그때마다 문제작들의 공통된 특징은 국악의 「이디엄」을 소재로 했다든가 고유악기를 「미디어」로 채용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국음악정립의 문제를 논할 때는 반드시 이 연주회의 실적이 토대가 되고 분석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서울대음대국악정기 연주회가 오늘의 작곡 추세와 내일의 창작진로를 가름해 보는 좋은 자료적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지난 1일 밤(서울대음대「콘서트·홀」)에 있었던 음악회의 의의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국악연주부문에서 가장 완벽한 정리와 진경을 보인 것이 가야금 음악이라고 하겠는데 김병호류의 가야금 산조를 탄 안혜란의 경우 절절한 악흥은 없었으나 은은한 운무 속을 여울져가듯 엷은 잔향을 깔아가며 색채적인 연주를 보여준 것은 또 다른 주법의 개발로 수긍하고 싶다. 이해식의 『춤거리』는 소재착안이나 악상의 흐름이 좋았는데 좀더 악기를 절약했으면 하는 생각이 앞서고 전인평의 『가야고 5중주』는 독특한 음색조화를 추구한 흔적은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했다. 김용진의 『3개의 젓대와 합창』은 국악의 강점인 농현의 묘미를 천착해보려는 역작이었는데 희화적인 요소의 부조화만 없다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었고 이성천의 『중주곡8번』은 이날 연주회의 가장 알찬 수확이라고 하겠다. [한명희<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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