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불임|김종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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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낙태 수술을 하였다
천번 저주하고 또 저주하고 기쁨을 맞이했던
벌거숭이의 황야
저는 말예요, 사랑을 팔아서 살아가는 여자예요
밀림과 사막의 부르짖음
금요일 밤의 예배
오, 이별 이별 이별 외에는 다른 힘이 살지 않는
말의 빗방울들
내가 만난 조르주·상드의 변신의 씨앗을 긁어내었다
사정없이 찢어발긴 하룻밤의 뿌리
서울 승냥이의 소리를 모아 우는 그대의 눈물은
빈 터널처럼 깊고 고독하구나
그대의 마른 아픔은
서울의 전부에 말뚝을 박고
나는 그대의 가랭이에 숨겨 놓았던
산고의 아이가 된다
오, 서울은 그대를 낳고 다시 고쳐
낳고 또 열번이나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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