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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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며칠 전에 행상들이 소독약이라 속여 판 농약 때문에 어린이 4명이 중독에 걸려 입원했었다. 경북 일대에서는 농약으로 인하여 사과밭이 시들어가며 있다고 야단들이다. 그런가 하면 문화재로까지 지정되어 있는 백로들이 농약 때문에 쓰러져가며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레첼·카슨」여사가 <침묵의 봄>이라는 저서에서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의 위기를 호소한 적이 있다. 그후 11년,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농약에 의한 중독증상·환경 파괴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번져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농약-『병충해의 방제나 제초에 사용되는 약제이며 농작물의 생육이나 수확을 보호하는 화학물질을 총칭함』이렇게 보면 농약은 농업에는 필요 불가결의 것이나 다름없다.
농약은 17세기부터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있으나 병충해의 방제에 「니코틴·보르도」액 등이 제법 사용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현재 『세계의 농약실험장』이라는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농약은 화학물질의 종류로 4백종 이상, 제품으로 농가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5천 종류가 넘는다. 그게 또 모자라서 해마다 새로운 농약이 쏟아져 나온다. 독한 것, 약한 것 가리지 않고.
농사에는 분명 농약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단위경작 면적당 도수권량이 세계제일로 오른 것은 농약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농약이 만능이라고 보는 때는 이미 지났다. 농약은 쓰면 쓸수록 더 많은 농약을 쓰게 된다. 이를테면 농약중독증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단위경지 면적당 농약투입량은 구미각국에 비해 6, 7백나 된다. 반면에 수확량은 구미의 1.5배내지 2배에 지나지 않는다.
농약은 인축에 무해한 것이 이상적인 것으로 되어 있고, 그러나 독한 것일수록 효력이 크다. 그리고 독한 것 중에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것은 없다.
농약중독에 걸린 쌀이며 딸기를 흔히 먹는 경우에도, 또는 농약을 자주 이용하는 농민의 경우에도 시력저하, 신경장해를 일으키기 쉽다. 자연의 황폐도 말할 나위 없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줄 알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사정도 있다.
작년 「스웨덴」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서구대표들이 농약에 의한 환경파괴를 호소하자 인도대표만은 눈물을 글썽이며 『민중을 기아로부터 구출하기 위하여는 아무래도 농식량 증산을 위해 농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게 오늘의 현상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게 농약이다.
우리는 그저 농약사용에 대한 각별한 규제며 계몽만으로 그쳐도 좋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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